시리아 알아사드 정권 붕괴 불똥… 러·이란·중국도 타격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국제정치

푸틴, 해군기지 잃으면 지중해 유일한 통로 막혀
이스라엘, 중동 역학 구도서 탄탄한 주도권 획득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12 07:46:44

▲ 시리아 타르투스의 러시아군 지중해 해군기지 모습. 옛 소련시절부터 건설된 현지 군사기지들을 지키고자 러시아가 반군과 접촉 중이다. 시리아 내 군사기지들을 잃는다면 러시아로선 뼈아픈 손실이다. 시리아의 새 권력인 반군 세력이 미국의 제재 대상이라는 점에서 향후 새 권력을 향한 러시아의 적극적인 접근도 예상된다. AFP=연합뉴스

3년째 이어진 우크라이나전쟁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기습으로 촉발된 1년2개월 가자전쟁이 뜻밖에 시리아의 변화를 먼저 초래했다. 시리아의 알아사드 2대에 걸친 53년 철권통치 붕괴가 국제정치의 ‘나비효과’를 새삼 일깨운다. 알아사드 정권을 뒷받침해 온 러시아·이란에게 타격이자 일대일로 차원에서 중동지역에 공을 들여 온 중국에게도 충격이다. 향후 러시아·중국·이란·북한의 밀착은 한층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동 역학 구도에서 확실한 승기를 획득한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정부군의 전략 무기가 남아 있는 군사시설을 대규모로 공습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군 성명에 따르면 전날 밤 이스라엘 해군 미상리함은 시리아 함정 15척이 정박 중이던 알바이다항과 라타키아항 두 곳을 공격해 사거리 80∼190㎞ 미사일 수십기를 파괴했으며, 지난 48시간 시리아 영공에 진입한 전투기가 다마스쿠스·홈스·타르투스·라타키아·팔미라 등지의 대공포대·공군비행장·무기 생산시설 등을 350여 차례 폭격했다.

그 결과 스커드미사일·순항미사일·무인기(드론)·전투기·공격용 헬리콥터·레이더·탱크·격납고 등 전략무기 상당수가 무력화됐으며, 이와 별도로 지상군 또한 시리아 내 무기고·로켓 발사대 등 130곳을 공습했다고 한다. 군 성명에 앞서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이 북부 하이파 해군 기지를 찾아 최근의 성과를 소개할 때 시리아 함대 파괴 작전 성공도 그 중 하나였다.

당시 카츠 장관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해 알아사드 정권을 전복한 반군 세력을 향해서도 분명한 경고를 날렸다. “누구든 뱌사르 알아사드 발자취를 따른다면 똑같은 말로를 맞이하게 될 것” “국경 바깥에서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단체가 이스라엘에 유해한 행동을 하는 것 역시 허용하지 않겠다”며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선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최근 이스라엘 지상군이 북부 점령지 골란고원을 지나 시리아 내 완충지대에 진입한 소식을 알리며 “그곳에 무기와 테러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무균보안구역’을 조성하도록 군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무균보안구역이란 이스라엘 정치권 용어로 일종의 완전무결한 안전지대를 뜻한다. 시오니스트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이 작년 11월 “정부가 (유대인) 공동체 주변에 무균보안구역을 만들어 아랍인 진입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전날 이스라엘 전차부대 등 지상군 병력이 완충지대를 넘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부근까지 침투했다 등 일부 보도는 전면 부인됐다.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 아비차이 아드라이가 엑스(X·옛 트위터)에서 “우리 군의 다마스쿠스 진입 내지 전진 등은 완전히 잘못된 정보”라며 “국경 보호를 위해 국경에 가까운 완충지대 내부 방어 진지에 주둔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러시아는 시리아 내 해군·공군 기지 지키기에 나섰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시리아 서부 해안 타르투스에 설치된 러시아 해군기지 군함이 해상으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우주청(ESA) 등의 위성사진 분석 결과 이전까지 기지에 정박 중이던 호위함· 잠수함 등이 현재 해안으로부터 8~10km 떨어진 위치에서 대기 중이다. 철수가 아니라 박격포 사거리 바깥으로 이동시킨 셈이다. 알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시리아 반군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한 결정일 수 있다.

구(舊)소련 시절인 1971년 설치된 이 타르투스 해군기지는 러시아가 지중해에 진출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통로로서, 만일 끝내 철수하게 된다면 러시아에게 뼈아픈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러시아 내 흑해와 지중해를 잇는 유일한 통로인 보스포루스 해협엔 튀르키예가 버티고 있다. 2015년 시리아 북서부 흐메이밈에 설치된 러시아 공군기지에서도 아직 철수 움직임은 없다. 위성사진 분석 결과 화물 항공기 왕래가 확인됐지만 급박한 철수 조짐이 아니라고 분석됐다.

러시아에게 흐메이밈 기지는 아프리카 지역 관련 핵심 자산의 하나다. 러시아 주력 수송기인 전략 장비 일류신(Il)-76 비행 범위가 4200km 수준이기에 흐메이밈 기지를 사용해야 아프리카 접근이 수월해진다. 러시아 국영 TV 진행자인 안드레이 메드베데프는 최근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시리아 기지를 잃으면 아프리카도 잃게 된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나 말리행 화물 운송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는 시리아 기지 유지를 위해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할 반군과 적극 교섭 중이다. 이들 반군이 미국의 제재대상이라는 점에서 러시아의 시리아 새 권력을 향한 접근 노력도 예상된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