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트럼프·내수 부진… 韓 경제 덮친 저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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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美 신정부 출범에 고환율… 물가 상방 압력
중국 불황·내수 부진 초유 겹악재… 대응도 난항
경제 리더십도 공백… 금리 인하 효과 흐려지나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15 13:34:44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대선 이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통상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한국 경제가 또 위기 상황을 맞았다. 이런 가운데 내수 부진 장기화와 고환율 탓에 내년 한국의 성장률이 1%대로 주저 앉을 거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15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집행이 공식적으로 정지됐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정을 운영해야 하지만 비상계엄 관련 피의자로 수사를 받을지도 모른다. 경제사령탑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행히 12월3일 비상계엄 직전에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알려져 피의자가 될 가능성은 적다.

정부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강조하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신정부 출범·중국 경기 불황·내수 부진 장기화 등의 여파로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과 더불어 경제 리더십의 부재는 대형 악재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환율의 경우 미국 트럼프 신정부 출범에 따른 달러 강세로 1400원대를 기록한 이후 비상 계엄 여파로 143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는 강달러가 지속되고 있다. 이 경우 수입물가를 자극해 전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우려도 나온다.

비상계엄 직전까지 한국 경제를 옥죈 내수 부진도 본격적인 연말 시즌임에도 이미 소비가 위축되는 모습마저 감지되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9일까지 전국 소상공인 외식업 사업장 신용카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0% 줄었다.

이런 가운데 주요 기관의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은 이미 2.0% 전후로 낮아졌다. 11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2%로 기존 2.5%에서 낮춰잡았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탄핵 정국 등의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성장 동력이 떨어져도 당장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더 답답한 대목이다. 정부가 2년째 계속된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긴축 재정 기조를 고수하는 상황에서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한 대규모 재정 대응은 쉽지 않다.

또 정국 혼란으로 고환율 기조가 고착화하면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도 어려워진다. 한국은행이 최근 두차례 기준 금리를 인하한 데 추가 인하 가능성까지 시사했지만 고환율이 계속되면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