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치매 치료제 ‘레켐비’ 정책적 지원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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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13 00:02:30

치매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알츠하이머의 진행과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출 수 있는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아 11월 말 비급여 출시됐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단계에서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유의미한 효과를 입증했다.

레켐비가 국내 출시되자 관련 전문 학술단체는 한국인에게서는 레켐비 투여에 따른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레켐비의 적절한 사용을 위한 권고안을 마련했고 대형 의료기관들은 레켐비 투여에 필요한 진료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레켐비는 일부 해외 투약 환자의 경우 뇌출혈·뇌부종 등 부작용을 일으킨 사례도 있다. 임상 3상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때 뇌에 일시적으로 부기가 확인되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유럽의약품청(EMA)은 7월 레켐비의 시판을 허가하지 않았고 호주 연방의약품 관리국(TGA)도 안전성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다.

부작용 예방을 위해 철저한 관찰과 관리가 필요하다. 혈관성 치매나 전두측두엽치매 등의 치매 유형에는 적용되지 않아 정확한 검사를 통해 사용돼야 한다. 가격도 부담 요소다. 비급여로 출시된 레켐비는 1년 동안 2주에 한 번씩 정맥주사로 맞아야 한다. 연간 치료 비용은 2000만~3000만 원에 달한다. 환자의 몸무게에 따라 약재 투여량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에 대한 레켐비의 유효성이 통계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광범위한 처방이 이루어진다면 치료 효과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해당 치료를 받는 환자와 가족들의 심리적·경제적 부담은 증가할 것이다.

레켐비는 고가의 약물로 환자 본인과 국민건강보험 체계에 재정적 부담을 준다. 비용 대비 낮은 효과로 인해 의료 자원의 비효율적 사용으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이 약은 치매를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다만 건보 등재 이전에 비보험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약값을 환자가 전액 부담한다는 뜻이다.

치매 환자와 가족들에게 레켐비 도입은 새로운 치료 환경을 마련해 주지만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만 적용될 수 있고 혈관성 치매나 전두측두엽치매 등 다른 치매 유형에는 적용되지 않는 만큼 정확한 검사를 통해 적합한 환자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증 환자들에게는 사용이 제한적이다.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모든 환자가 이 약물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과 더불어 새로운 임상 연구와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

정부는 치매 신약 도입과 관련된 지원책을 강화하고 학회와 병원이 추진하는 의료 인프라 구축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신약 도입 초기에는 민·관 협력을 통해 고비용 구조를 완화하고 점진적으로 치료 접근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약물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과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레켐비가 광범위하게 처방되기 전에 정부 당국은 한국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추가 연구를 통해 우리에게 가장 효과적이면서 안전한 치료를 제공하는 기반을 마련하길 바란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