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이어 獨도 연정 붕괴… EU 복지大國들 내우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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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조기총선에서 숄츠 '재신임' 가능성 낮아
우크라이라戰 계기로 격화된 경제파탄이 결정적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17 18:15:43

▲ 16일(현지시간) 독일 연방 의회에서 올라프 숄츠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이날 표결에 붙여진 총리 신임안이 찬성207·반대394·기권116으로 부결됐다. 총리 불신임에 따라 연정은 무너졌으며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을 맞게 됐다. 연합뉴스

독일 연방의회에서 올라프 숄츠 총리(사회민주당·SPD)가 16일(현지시간) 불신임 당했다. 그는 곧장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을 찾아가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을 요청했으며, 이로써 차기 총선이 내년 9월에서 2월로 앞당겨지게 됐다. 이날 독일 의회는 숄츠가 스스로 발의한 총리 신임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07표, 반대 394표, 기권 116표로 부결했다.

재적 733명 중 숄츠의 SPD 소속 의원들과 무소속 3명, 독일대안당(AfD) 3명이 찬성(신임)표를 던진 가운데 제1야당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신호등’ 연립정부를 탈퇴한 자유민주당(FDP) 등 다른 야당 의원들이 모두 반대(불신임)했다. SPD와 함께 소수 연정에 남아 있던 녹색당 의원들은 당론에 따라 기권했다. 이제 대통령이 3주 내 의회해산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해산 후 60일 안에 총선이 치러진다. ZDF방송은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정당 대표들 의견을 두루 들은 뒤 27일경 조기총선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숄츠 총리가 신임투표를 거쳐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는 뜻을 밝히자 SPD와 CDU·CSU 연합이 내년 2월23일을 총선일로 합의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역시 동의한 상태다. 대통령이 의회 해산을 선언하더라도 총선을 거쳐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숄츠 총리와 현 내각이 권한을 행사한다. 옛 서독 시절을 포함해 총리가 자신에 대한 신임 여부를 의회 표결에 부친 게 이번이 여섯 번째다. 앞서 다섯 차례 신임투표 중 세 차례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으로 이어졌다.

숄츠 총리는 2021년 9월 총선을 통해 구성된 사민주의 SPD와 녹색당, 친기업 FDP의 연정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경제정책을 두고 연정 내 주류와 갈등을 빚던 FDP 소속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이 11월 해임되면서 FDP가 연정을 탈퇴해 현재에 이르렀다. 결국 원인은 경제파탄이다. 2차 세계대전 종식 이래 미국의 후원 아래 부흥했고 1990년대 탈냉전을 맞아 값싼 러시아산 에너지가 독일 경제를 뒷받침했다. 그 위에 가능했던 사민주의 복지 대국이 한계를 보이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한 부담에 휘청이게 된 것이다.

숄츠는 표결에 앞서 의회에 출석해 “몇 주에 걸친 FDP의 방해공작 때문에 연정을 더 끌고갈 수 없었다. 정치에 참여하려면 도덕적 자격이 필요하다”며 린드너에게 거듭 연정 붕괴의 책임을 물었다. 숄츠가 연임에 도전 중이지만 전망은 어둡다. 14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정당별 지지율이 CDU·CSU 연합 32％, AfD 19％, SPD 17％, 녹색당 13％ 순이었다. 원내 정당들 저마다 총리후보 선출 및 공약 구체화 등 이미 총선 준비에 들어갔다. SPD의 경우 독일 내 투자에 세제 혜택을 주고 작년 폐지한 전기차 보조금도 독일산에 한해 되살릴 것을 약속했다. CDU·CSU는 불법이민 엄격 차단과 탈원전 재검토 방안을 공약에 담을 계획이며 AfD에선 유럽연합(EU)과 유로존 탈퇴 및 마르크화 재도입을 주장한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안보·경제 분야 난제가 산적한 EU에 리더십 위기까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EU 좌장격인 독일·프랑스는 국내 문제로 기진맥진한 상태다. 앞서 4일엔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싸고 여야 대치를 벌이던 프랑스의 연정이 무너졌다. 조기총선으로 들어선 정부가 3개월 만에 불신임 가결로 붕괴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향한 하야 압박 또한 거세졌다. 숄츠도 마크롱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목소리를 높여 온 지도자들이다.

대세가 된 ‘미국 우선주의’ 아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분담분 증가는 불가피하다. 북미와 유럽 31개국이 모인 나토에서 군사적·재정적 중추 역할을 해 온 미국의 탈퇴는 나토 회원국들에 악몽에 가까운 시나리오다. 이들이 3년 가까이 지속 중인 러·우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왔으나 지속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 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협의회(ECFR)의 야나 푸글리에린 선임 위원은 숄츠 총리의 불신임에 대해 “EU의 엔진 역할을 하던 나라들이 내부문제 수습에 매달리게 됐다”며 “여러 위기가 동시 발생한 EU으로선 최악의 타이밍”이라고 짚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