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 연재소설 ‘위선의 시대’ [40] 전태일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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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경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2-10 06:30:05

평화시장에 도착한 시각은 12시가 조금 안 돼서였다. 동이는 뱃속부터 채우자며 평화시장 2층에 있는 ‘모녀식당’부터 들렀다. 이미 식당 안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자리가 날 때까지 식당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동상은 여그가 어딘지 아는가?” 동이는 공장에서 주로 희숙에게 가르침을 받아 온 걸 만회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엔 어딘가 모르게 자신감과 우쭐거림이 묻어 있었다.

“그냥 평범한 감자탕집 아닌교?” 희숙이 일부러 촌티를 내려고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전태일이, 전태일 단골식당이자네, 자네, 전태일 모르제? 거 뭐시당가 근로법인가 그거랑 노동자들 권리 지킨다고 몸 불살라 죽은 전태일이 단골로 댕긴 식당이여.”

희숙은 동이가 전태일에 대해 아는 걸 설명하도록 일부러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기 그기라예? 몰랐어예. 실제로 문동이 입에서 전태일이 나올 줄 몰랐고, 전태일에 대해 최대한 모르는 척하려고 희숙은 다소 오버하고 있었다.

동이는 희숙의 표정을 보고 신이 났는지 전태일에 대해 아는 만큼 설명했다. “전태일이 여그, 평화시장에서 재단사로 일했자네, 전태일이 여그서 일할 때 말도 몬했어야. 그땐 더 심각했제.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는 사람도 있지마는. 암튼 이쪽이 다 공장이었응게.”

동이는 손가락으로 공장 위치를 가리켰다. “종일 공장에 처박혀서 벌레처럼 일만 하는 여공들 데리고 와서 밥 멕이고 했다게. 그래도 전태일은 재단사라서 여공들보다 돈은 쪼매 더 받었거든. 미싱 박는 거보다 재단이 돈을 더 받아. 지금 뭐 노조네, 노동법이네 하고 싸우는 거 다 전태일이 죽고 나서 시작된 거제.”

희숙은 동이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긴장하며 들었다. 아주머니가 자리 났다고 부르자 동이는 희숙의 손을 잡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대화가 끊겨서 희숙은 일부러 전태일이 주로 주문해서 먹은 게 뭔지 물어봤다. 감자탕 아니면 반계탕을 시키면 된다고 했다. 희숙과 동이는 감자탕을 주문했다.

“저도 노조니 뭐니 잘 몰라예, 근데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속담이 있다 아입니꺼. 검정고시 치는 것도, 대학 가는 것도 알고 보면 아는 게 힘이니까예, 그래야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고 그랄라꼬 배우는 거 아입니꺼. 언니 꿈이 뭔데예. 대입 검정고시까지는 봐야 안 되겠습니꺼.”

중졸 시험 합격으로 자신감이 솟구친 동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라제, 일단 고졸 검정시험까지 봐야제, 대학은 언감생심이지만도.”

희숙은 화제를 다시 전태일로 돌렸다. “전태일이 죽기 전에 뭐라캤는지 아십니꺼. 근로기준법인가를 공부하다가 너무 어려버서 대학생 친구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답니더. 그기 무슨 뜻이겠는교. 한마디로 아는 게 힘이다, 이 말 아인교. 맞으면서 왜 맞는지 모르고, 죽으면서 왜 죽는지 모르는 거만큼 억울한 게 어딨습니꺼.”

동이가 희숙에게 물었다. “자네는 노조가 왜 필요한지 아는가? 노조가 왜 중헌디?”

[글 박선경 일러스트 임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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