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미래를 만드는 건 혁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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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상 차장대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28 00:02:30

전기차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를 뒤흔든 중국의 샤오미가 이번에는 전기차 산업에 파장을 일으키며 8조 원이라는 거대한 자금을 조달했다.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자동차 제조사로의 대담한 변신은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도전 정신의 산물이다. 이러한 흐름을 보면 혁신이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건설업계를 보면 여전히 과거의 방식에 안주하며 변화의 흐름을 외면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매출액 대비 평균 1%에도 못 미친다. 이는 건설업계가 혁신에 얼마나 소극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예컨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각각 1.32%, 1.06%를 기록하며 그나마 1%대를 유지했지만 나머지 7개 건설사의 평균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0.61%에 불과하다. 심지어 현대엔지니어링(0.29%)·포스코이앤씨(0.42%) 등은 전년 대비 투자 비율이 감소했다. 반면 중국의 배터리 업체 CATL이나 전기차 업체 BYD는 수십조 원의 자금을 조달하며 미래 산업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감행하는 것이다.

물론 건설업계가 처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건설 경기가 침체하고 공사비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R&D 투자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 산업에 지속적인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과 같은 안일한 태도가 계속된다면 국내 건설업계는 글로벌시장에서 점차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건설업계가 현재처럼 수주 중심의 사업 구조를 유지하면서 R&D 투자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는 동안 해외에서는 스마트 건설‧친환경 건축 기술‧모듈러 건축 등 혁신적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건설업은 기본적으로 오랜 전통을 가진 산업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변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로봇‧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의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하며 스마트 건설을 실현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오바야시와 다이세이 건설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건축을 실험하며 건설의 자동화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또한 유럽과 미국에서는 모듈러 건축이 활성화되면서 전통적인 시공 방식을 대체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스마트 건설 기술을 적극 장려하며 친환경 건축 설루션을 도입하고 있으며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로봇을 활용한 자율 시공 기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기술 개발을 통해 건설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지만 국내 건설업계는 여전히 전통적인 시공 방식에 의존하며 새로운 기술 도입에 주저하는 모습이다.

기업의 혁신은 단순히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샤오미가 전자제품 제조사라는 정체성에 갇혀 있었다면 전기차 시장 진출이라는 대담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우리 건설업계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는 데 머무를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과감한 R&D 투자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