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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오지라 불렸지만 기후 위기와 환경 이슈가 세상을 뜨겁게 달구면서 경북 봉화는 ‘청정봉화’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물 맑고 산 좋은 봉화에서도 소천면 임기2리는 고현대림(古縣大林)이라 불리는 숲터 마을 위쪽에 자리한다.
임기리는 오래전 작은 숲이 마을을 둘러싼 소림과 송림이 우거진 대림으로 나뉘었으나 숲터, 한자로는 임기(林基)로 통칭하게 됐다.
태백산 자락에 오롯이 자리한 임기역은 1970년대 가수 나훈아가 이 역을 거쳐 일월산(영월)으로 갔을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하던 보통역이었다. 마을사람들에게 이 역은 대처로 나가는 관문이었으며 학생들에게는 대도시 학교로 등교하는 1차 교문이었다.
이토록 번성했던 임기역이었지만 지역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2013년 11월7일부로 역원 무배치간이역이 된다.
그런데 영동선 열차가 하루 3회 기차가 정차하는 간이역, 승차권 단말기조차 없는 이 작은 역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마을주민과 지자체가 협력하여 이 작은 역을 카페로 변신시킨 것이다. 11일에는 대대적인 오픈 행사를 갖는다.
카페 사업을 주도한 남원기(67) 임기2리 이장은 숲터마을의 황금기를 기억하고 있는 산증인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광산업이 융성하고 금강송(춘양목) 벌채사업으로 마을이 번성했다. 특히 광산업이 융성해 외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이곳으로 흘러들어왔다. 당시 200호가 넘는 세대가 큰 마을을 이루었다.”
마을에는 파출소·우체국 같은 관공서는 물론 새마을금고도 있었다. 다방·당구장과 이·미용실이 즐비했고 여관과 술집도 여러 곳이었다.
하지만 광산이 문을 닫고 벌채사업도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수많은 주민이 대도시로 떠나가 버렸다. 현재 190여 명의 주민이 남아 있지만 구멍가게 하나 없는 산골이다 보니 평균연령 74세의 초고령화 지역이 되었다. 60대의 남 이장은 젊은 축에 속한다.
생활이 불편하지는 않냐는 물음에 남 이장은 “하루 6회 버스가 정차한다. 춘양면에 장이 서면 어르신들이 구경하러 나가시곤 한다. 또 온라인으로 자녀들이 생필품을 보내주고 있다”고 대답했다.
생활에 큰 불편은 없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마을주민이 적응한 결과지 결코 일반적인 삶은 아니다. 편의점 하나 없는 마을을 살리기 위해 남 이장을 위시한 마을사람들이 뜻을 하나로 모았다. 그 결과 2022년에 정부의 새뜰마을사업에 응모해 ‘숲터마을 구조개선 사업’이 진행됐다.
새뜰마을사업은 임기2리처럼 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 지역 주민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10년 전부터 추진해 온 구제 사업이다.
2023년부터 시작된 숲터마을 구조개선 사업은 2024년 말에 완료돼 △귀촌커밍하우스(마을펜션) 신축 △재래식 화장실 개량 △빈집 철거 △슬레이트지붕 개량 △주택수리 등의 사업이 진행됐다.
주거 여건은 개선됐지만 대부분의 주민이 고령층이라 활기가 없다는 게 또 다른 문제로 남았다.
“마을주민들은 과수원(사과)도 하고 고추·약초·감자 등의 농사를 짓고 있다. 가을에는 송이버섯과 능이버섯을 채취하고 있으나 대부분 어르신이다 보니 소득에 한계가 있었다.”
남원기 이장은 실질적인 마을 활성화 방안을 고민했다. 이에 뜻을 함께하는 주민들과 주민공동체 ‘쉼이 있는 숲터’를 조직했다.
2023년에는 정부공모사업인 봉화군 신활력플러스사업에 ‘임기간이역 카페 사업’과 ‘약용식물을 활용한 약용차 개발&판매’사업을 응모하여 선정되었고 2024년부터 임기역사 개조공사 및 기찻길 공원 조성공사를 진행해 카페를 오픈하게 된 것이다.
마을주민들은 역사 내부에 직접 카페 인테리어를 하고 역사 앞 마당은 예쁜 정원으로 꾸몄다.
“카페 임기역은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사업이다. 하지만 마을사람들은 카페임기역을 통해 임기역과 숲터마을을 외부에 알리고 마을의 활력을 도모한다는 또 다른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 카페임기역은 공동체 구성원이 자발적인 헌신과 봉사로 식음료 제조와 판매를 진행하고, 고객들의 자발적 기부를 받아 운영 중이다.
“카페임기역을 통해 외지인이 숲터마을을 많이 찾아오면 우리 마을은 소멸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 많은 분의 방문을 기다린다. 봉화에 올 때 임기역에 꼭 들러 주시라. 임기역에 기차가 정차하면 차를 마시고 갈 정도는 아니지만 커피테이크아웃 정도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기역에서는 커피 외에 마을주민이 직접 만든 수제 쿠키도 판매한다. 커피 3000원 카페라떼 4000원 수제 오미자에이드 5000원. 설빙 빙수 1만 원. 수제 쿠키 3종 각 3000원이다. 쿠키를 만들기 위해 남 이장은 9회의 파티셰 교육도 받았다.
임기역 가까운 곳에는 청량산도립공원·분천산타마을·백두대간수목원·봉화정자생활문화관 등 명소가 있다. 백두대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임기역에 들러 차 한잔하는 여유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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