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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에서 정상회담을 연다. 지난달 도쿄 회담 이후 한 달여 만으로, 양국 정상이 세 번째로 마주 앉는 이번 만남은 ‘셔틀외교 복원’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2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하는 이시바 총리와 부산에서 정상회담과 만찬을 갖는다. 이번 회담은 8월 방일 당시 이 대통령이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만나자”는 제안을 이시바 총리가 수락하면서 성사됐다. 일본 총리가 양자 회담을 위해 서울 외 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제주 방문 이후 21년 만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 달 만에 다시 이뤄지는 이번 회담은 셔틀외교 복원의 분명한 신호”라며 “신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양국 정상이 상호 방문을 완성해 협력의 선순환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인공지능(AI), 수소에너지 등 미래 산업 협력을 비롯해 인구 문제와 지방 활성화 같은 공통 현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격변하는 무역 질서 속에서 유사한 입장을 지닌 양국이 논의의 지평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양 정상은 미래지향적 협력의 발판을 더욱 공고히 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일·한미일 공조 강화 방안, 글로벌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내달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공을 위한 협력, 저출산·고령화 대응, 북한 비핵화 문제도 의제에 오를 수 있다.
미국과 진행 중인 관세 협상도 간접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위 실장은 “정식 의제는 아니지만 일본 측 경험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관심은 강제징용·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현안이 다뤄질지 여부다. 8월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첫술에 배부르면 체할 수 있다”며 미래 협력에 방점을 찍어 과거사 논의를 뒷순위로 미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의제 제한이 없지만, 과거사 문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의 정치적 입지도 변수다. 일본 내 우경화 흐름 속에서 총리가 과거사에 전향적 태도를 보일 경우 차기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 이시바 총리는 공언했던 ‘패전 80주년 담화’ 발표도 미룬 상태다.
이번 회담은 이시바 총리의 고별 외교 무대라는 상징성도 지닌다. 이시바 총리는 내달 4일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퇴임을 공식화한 상태다. 위 실장은 “퇴임 후에도 이시바 총리가 일본 정계 중진으로서 한일 관계 발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일 셔틀외교는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지난 6월 캐나다 G7 정상회의에서 첫 회담, 8월 도쿄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부산 회담까지 불과 넉 달 새 세 차례의 회담이 이뤄졌다.
관련해 이번 회담을 통해 양 정상은 △한일 협력의 미래 비전 △한미일 공조 강화 △지역 현안 대응 △차기 일본 정권에 전달할 관계 개선 메시지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강조해 온 “투트랙 접근”으로서 과거사는 원칙을 지키되, 미래 협력은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기조가 다시 확인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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