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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30일 열기로 한 ‘대선 개입 의혹 긴급 현안 청문회’에 불출석 입장을 밝히자, 정치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문회 불출석을 ‘반헌법적 행위’로 규정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범여권에서는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실제 탄핵으로 나아갈 경우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아, 민주당 지도부도 향후 전략을 두고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뭐라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국회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느냐”며 “사법부는 하늘 위에 존재하는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우리 국민은 잘못하면 대통령도 쫓아낸다. 이승만·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도 쫓아내고 탄핵했다. 전두환·노태우·이명박 전 대통령도 감옥에 보냈다”며 “누구든지 잘못하면 조사받고 처벌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특히 지난 5월 이재명 대통령 후보(당시) 사건의 파기환송 결정을 언급하며 “대선 후보를 바꿔치기해도 된다는 반헌법적인 오만의 판결 아니었는가”라며 “헌법 제103조를 핑계로 불출석을 반복하는 것은 국민과 입법부를 모독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도 가세했다. 그는 “복사·붙여넣기 의견서로 국회 불출석을 통보한 조 대법원장은 법과 국민이 우스운가”라며 “국회법상 출석 의무가 있는 대법원장은 초법적 존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 최고위원은 이어 “희대의 대선개입으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저버리고, 사법 독립을 훼손한 가장 큰 책임은 조 대법원장에게 있다”며 “국민 앞에 의혹을 소상히 밝혀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불출석에 대한 책임과 대가는 국민의 사법부 불신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이번 청문회는 사실상 사법부가 국민 앞에 사과하고 해명할 마지막 기회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범여권인 조국혁신당은 더 나아가 조 대법원장 탄핵 카드를 언급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19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재명 대통령 상고심 파기환송은 탄핵 사유라고 판단해 소추안을 준비했다”며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지 않는다면 국회 탄핵과 특검 추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당은 실제로 탄핵소추안 초안을 마련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불출석이 반복되면 탄핵 논의를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민주당 박상혁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 가능성 언급은 그의 행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의 반영”이라며 “당 차원에서 의논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헌법상 대법원장 탄핵은 대통령과 달리 국회 과반 의석만으로 소추가 가능하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무소속 일부 의원까지 합하면 수적 조건은 충족된다. 하지만 이후 절차는 녹록지 않다. 최종 판단은 헌법재판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헌재가 기각할 경우, 민주당은 ‘사법부 흔들기’라는 역풍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애초 민주당 지도부가 구상했던 ‘압박 후 출구전략’과도 어긋난다. 법사위가 22일 검찰개혁 청문회 도중 돌발적으로 ‘조희대 청문회’를 의결하면서, 지도부가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채 압박 수위가 급격히 높아졌다. 이후 정청래 대표가 “새삼스러울 것 없다”며 법사위 행동을 엄호하면서 강경론으로 흐름이 굳어졌다.
민주당은 5월에도 유사한 청문회를 추진했으나, 당시에도 조 대법원장은 헌법 103조와 법원조직법 65조를 근거로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번 역시 같은 사유로 불출석을 통보하면서, 여당과 사법부의 충돌은 불가피해졌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을 겨냥해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지만, 정작 출구전략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우려한다. 대법원장이 청문회 불출석을 고수할 경우, 민주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고발이나 탄핵뿐인데 두 경우 모두 정치적 부담이 크다. 조 대법원장의 버티기와 민주당의 압박이 맞서는 이번 대치가 단순한 ‘청문회 불출석 논란’을 넘어, 사법부 권위와 국회 권한을 둘러싼 헌정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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