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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기 흐름의 중심에는 오랫동안 부동산이 있었다. 부동산 가격의 출렁임은 정부를 평가하는 대표 지표처럼 거론됐다. 수도권에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는 현실은 박탈감으로 이어졌고, 더 나은 주거 환경에 대한 기대는 주택담보대출 확대를 낳았다.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 때문에 한국은행은 금리 정책 결정에서 늘 가계대출에 발목잡혔다.
수도권 부동산은 장기 상승 경험이 반복 축적되며 안정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상승이 기대를 강화하고, 강화된 기대가 매수를 자극하는 순환 구조가 굳어졌다. 이른바 ‘부동산 불패’ 인식은 반복된 경험으로 굳어졌고, 한국은행 연구원들의 개인적 연구에서도 투자 결정이 경험적 기대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 대전환’은 고질적인 가계부채 문제를 깨고 부동산 편중을 완화하려는 시도다.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와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연달아 내놓으며 투자 흐름을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이동시키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 억제에 나선 적은 많지만, 주식시장 전환을 이처럼 직접적으로 언급한 사례는 드물다. 정부의 정책에 기조를 함께하는 5대 금융권도 약 50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다만 집값이 부동산 정책의 목적과 정반대로 움직인다는 확신이 누적돼 온 만큼, 이 ‘업보’가 주식시장 정책 불신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정책의 지속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 기대 문제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다만 정책 의지가 강해질수록 시장은 이를 극단적으로 믿지 않거나, 극단적으로 믿게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메시지’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메시지를 겁먹은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부동산 정책이 기대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잡는다더니 더 올랐다”는 냉소를 낳았듯, 주식시장 정책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효과를 보이려면 먼저 오랜 기간 정책적 신뢰를 쌓아 투자자 불안을 잡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게 일견 타당해 보인다.
반면, 그 반대 사례로 투자자가 정부의 말을 투자 권유처럼 이해하거나, 반도체나 인공지능(AI) 등 특정 섹터 언급만으로도 시장은 이를 ‘정책 보증’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 의도와 달리 개인 투자자에게는 정책이 사실상의 상품 권유로 들릴 위험이 있다.
기대 왜곡이 실질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최근 대통령을 사칭한 딥페이크 영상으로 투자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 정보 접근성이 낮은 투자자일수록 권위 있는 메시지에 의존하기 때문에 가짜 정보와 결합될 경우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한국 주식시장의 구조적 특성도 변수다. 부동산은 내수 중심이지만, 주식시장은 외국인 비중이 높아 수급 변화가 훨씬 빠르다. 정부 정책이 신호로 작용하더라도 전체 흐름은 해외 자금에 좌우되는 만큼, 기대 안정화 시도가 단기 변동성을 오히려 키울 가능성도 있다.
최근의 코스피 상승도 지속 흐름인지, 기대에 기반한 단기 반등인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정책 효과는 시간차를 두고 나타날 수 있으며, 현 정부 이후에 결과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이끌 시발점이 될 수도 있지만 만약 리스크가 발생하면 정책 불신이 더 커지고 “믿고 투자했다가 손해 봤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국장 필패론’이 생길 수 있다. 기대가 큰 한편 리스크 발생 시 앞으로의 금융 정책 명분도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우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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