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한국형 XBRL(같은 기준과 구조로 재무정보를 쌓아 회사·기간을 쉽게 비교하려는 제도) 재무공시가 글로벌 디지털 표준 설계를 주도하게 됐다”고 평가했지만, 현장에서는 “표준 설계보다 국내 인프라부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4일 본지 취재 결과, 회계법인 실무자들은 XBRL 뷰어상 공시자료 다운로드 지연, 택사노미(분류체계)업데이트 지연, XBRL에 요약재무정보·배당정보 등 미포함, 주석 합계 자동검증기능 부재, 영문공시 미완성 등을 문제로 꼽았다.
실제로 올해 삼성전자 3분기 사업보고서는 14일에 공시됐지만 XBRL 뷰어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한 시점은 21일이었다. 실무자는 “하루에도 수많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투자자의 선택권이 제한됐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공시 직후 오픈API로는 원본이 실시간 제공되고, 지연되는 것은 뷰어용 파일변환의 시간차 때문”이라며 “오픈DART의 XBRL 재무제표 원문 내려받기에서 바로 다운로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비스 개선을 위해 뷰어용 서버를 3대로 늘려 처리 속도를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실무자들은 택사노미 확장이 남용되면서 기업 간 비교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금감원은 작성기에서 새 요소를 만들고 이름을 바꾸는 일이 쉽다 보니 일부 주요 상장사의 경우 확장 비율이 30%를 넘는다는 것이다. 같은 성격의 계정이 회사마다 다른 요소로 쓰이면 동일계정으로 인식·분석하기 어렵고 자동비교·인공지능(AI)분석에서도 한계가 생겨 “표준화로 비교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와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금감원은 “국내는 국제기구보다 더 세분화된 택사노미를 보유하고, 혼란을 막기 위해 연 1회 정도 묶어서 업데이트한다”고 설명했다. 자주 바꾸면 기업이 어떤 요소를 써야 할지 오히려 헷갈린다는 의미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것처럼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영문공시도 쟁점이다. 실무자들은 XBRL 택사노미에 영문 라벨이 정의된 항목만 영문보기 기능이 작동해 재무제표 본문·주석 외 사업보고서 ‘재무에 관한 사항 ’ 중 요약재무정보, 배당, 유상증자 등 핵심정보는 여전히 XBRL 구조 밖에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보고서 전체가 아닌 재무제표와 일부 주석만 XBRL로 처리되면서 투자자의 미래실적 예측에 필요한 비재무·서술 정보는 데이터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독당국이 “실시간 영문 주석 제공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이 개선됐다”고 내세운 설명과 현장의 체감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영문 라벨이 정의된 XBRL 항목에 대해서는 영문보기 기능이 제공되지만 국제표준이 없는 서술·요약 정보까지 일괄 영문화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재무제표와 주석에 대해서는 XBRL 영문 라벨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활용 편의를 높이고 있고 나머지 사업보고서 항목은 XML·오픈API 등을 통해 구조화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며 “영문공시 전면 확대는 국제표준 정립과 시장수요, 기업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석 합계 자동검증 기능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 금감원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기업·감사인 부담만 커진다”고 선을 그었다. 숫자를 모두 양수로 입력하는 구조라 각 회사가 일일히 플러스·마이너스 산식을 지정해야 하고, 이미 감사보고서 작성 단계에서 엑셀로 합계 검증을 거친 수치를 XBRL에 옮기는 만큼 필요하면 엑셀 다운로드 후 재검증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감원은 “현장에서 느끼는 불편과 어려움이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건전한 비판과 시스템 개선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XBRL 공시 시스템을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더 유용한 인프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실무자들도 “실제 공시를 하는 입장에서 XBRL 작성과 검증 과정에서 겪는 애로가 적지 않다”며 “국내 XBRL 시스템이 투자자가 보기 편하고 비교·분석하기 쉬운 방향으로 계속 개선돼 글로벌 디지털 표준의 위상에 걸맞게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