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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진돗개를 명견이라 할까. 자신이 굶더라도 새끼의 밥그릇을 먼저 챙기는 그 책임감 때문이다. 인간 사회에서 말하는 ‘어른스러움’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후손의 삶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그것이 진짜 어른의 품격이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앞둔 요즘, 경북 일선 지자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은 이와 거리가 멀다.
일부 노인회 간부들이 임금이나 활동비 증액을 요구하며 선거 당락을 거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선심성 복지 포퓰리즘 논란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새 정부 기준으로 4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195만 원 수준으로 인상되었고 올해 10월 기준 국민 1인당 국가 채무는 2000만~3000만 원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집단을 겨냥한 지원 요구는 결코 ‘공돈’으로 취급할 문제가 아니다. 결국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할 빚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도 조용히 본보기가 되는 어른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언론에 대대적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현장에서는 오래 회자되는 이야기들이다.
경북 북부의 한 농촌 마을에서는 80대 어르신이 오랫동안 받아오던 노령연금을 “젊은 사람들에게 보태라”며 복지재단에 전액 기부했다.
또 다른 읍에서는 재난 지원금 대상임에도 “우리는 자식들이 챙겨준다. 더 어려운 집 먼저 돕는 것이 순리”라며 지원 순서를 뒤로 미룬 70대 부부도 있었다.
심지어 고령층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산간 마을에서는 마을 원로들이 “노인 복지 예산을 조금 줄여서라도 청년 일자리 사업을 살리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아 지자체가 실제로 예산 일부를 조정한 사례도 있었다. 짧은 회의였지만 그 속에는 “노인이 많은 마을일수록 젊은이가 떠나지 않아야 산다”는 절박한 지혜가 담겨 있었다.
이들은 모두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진짜 어른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선택은 우리에게 한 가지 사실을 분명하게 일깨운다. 어른스러움은 더 많이 받는 능력이 아니라, 더 필요한 곳을 먼저 보는 지혜에서 비롯된다.
반면 일부 지자체에서는 선심성 노인 지원 조례가 추진되고 견제해야 할 의회까지 동조하는 모습이 드러나면서 시민들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표심과 맞물린 선심성 예산이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산의 ‘배분 싸움’이 아니다. 지역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바라보는 넓은 시야, 그리고 후손의 짐을 덜어주려는 어른다운 절제와 통찰이다.
진돗개가 새끼의 밥그릇을 먼저 챙기듯, 우리 사회의 어른들이 미래 세대의 삶을 먼저 챙기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선심성 복지 논란은 자연스럽게 힘을 잃게 될 것이다.
지방자치의 품격은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그 예산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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