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360조 원과 265조 원 안팎으로 합산 600조 원을 웃돈다. 주요 동력은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고용량 엔터프라이즈 SSD(eSSD) 수요 급증이다. 예컨대 1년 전 시장에서 전망한 삼성전자의 2026년도 영업이익 예상치는 39.1조 원이었으나, 최근 기준 361.9조 원으로 9배 이상 폭등했다.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추가 세수로 ‘미래 대응 기금(미래 기금)'을 만들어 반도체·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와 미래·청년·지방·교육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역대 최대 규모의 초과 세수 중 56조 원 이상을 신설 추진 중인 미래 기금에 추가로 적립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기존 추가 세수(162조3000억 원)와 합산하면 최대 약 218조 원 규모를 적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로 상징되는 급변하는 21세기에 미래를 대비하는 데 정부 재정을 투자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선진국을 급히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우(Fast Follower)에서 앞장서서 이끌어가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미래 기금은 ‘가보지 않은 길’로 평가된다. 제도적 성격은 물론 규모 측면에서 모두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미래 기금은 이례적으로 폭증하는 세수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정부 고민에서 출발했다. 내년 국세 수입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내년 국세 수입은 584조3626억 원으로 올해 추가경정예산(415조4190억 원) 대비 168조9435억 원(40.7%) 늘어난다. 작년 실적(373조9193억 원)과 비교하면 2년 새 세수가 200조 원 이상 급증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렇게 급증한 세수를 평소처럼 예산에 담을 경우 총지출이 27% 늘어나면서 재원이 소비성 지출로 흘러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폭증한 세수를 담을 별도의 ‘재정 저수지’ 신설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다만 미래 기금은 지속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반도체 법인세는 구조적 세입 기반이라기보다 경기 순환적 세입에 가깝다. 따라서 올해와 내년의 세수 증가는 우선 적자 축소와 국채 상환에 쓰는 게 온당하다고 본다. 반도체 법인세 증가가 2028년 이후에도 지속되는지 확인되면 그때 기금이든 국부 펀드형 장기 계정을 논의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또한 가볍게 볼 수 없는 바는 미래 기금 출범으로 중앙정부 입김이 세진다는 특징이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며 내국세에서 미래 기금 적립액을 떼어내고 남은 금액의 19.24%를 지방교부세로 배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 몫 지방교부세는 현행 산식보다 38조 원 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당‧정 협의에서 지자체장들이 우려를 보인 게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미래 기금이 정부의 재량권이 커지는 ‘쌈짓돈’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마저 나온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예산과 달리 기금은 같은 나랏돈이지만 일정 비율(사업성 기금 20%, 금융성 기금 30%) 내에서 국회 심의 없이 자체 집행이 가능하다. 미래 기금이 국회 통제를 상대적으로 덜 받아 곶감 빼먹듯 빼먹는 ‘상시 추가경정예산’으로 변질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여당은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야당은 국회 심의에서 미래 기금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길 바란다. 재정의 지속성과 투명성이 담보돼야만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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