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으면 당신은 명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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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문제점을 붙들고 늘어지기 좋아한다
'현재'를 충실히 살면 그럭저럭 당신 인생은 성공

김성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2-19 08:57:33

어떤 종교가 됐든 영성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지금 이 순간’이라는 표현이 ‘영희나 철수’처럼 익숙할 것이다. ‘현재 의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은 영성이나 수행을 운위하는 곳에서는 사실상 ‘결론’이자 핵심이다. 당신이 만나야 하는 ‘주님’도 ‘지금 이 순간’에 영접하는 것이고, 밤하늘 북극성처럼 선명한 나의 의식도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 만날 뿐이다.

언제부터일까. 우리 사회에서 ‘지금 이 순간’은 꽤나 빈번하게 회자되는 용어가 됐다. 우리 모두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으면서도 뭔가 놓치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일까. 이런 현상을 가만히 되짚어 보면 그 속에는 모종의 역설이 들어 있는 듯하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살지 못하고 있다는 염려가 깊은 것이다.

그게 아니라고 반론할 만한 근거가 없지는 않다. 이 칼럼을 읽고 있는 당신이 증인이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기 때문에 이 글의 내용과 맥락을 이해한다. 이 순간·이 순간·이 순간…. 그런 현재의 연결과 함께 당신의 삶도 이어지고 있다. 뭐가 문제인가?

걱정할 일 없는 것을 걱정한 셈인가? 보다시피 당신은 ‘현재’를 충실히 살고 있는데 여러 영성가나 심리학자들은 자꾸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고 강조한다. 캐나다에서 활동 중인 영성학자 ‘에크하르트 톨레’는 현대인의 ‘마음 사용’에 대해 “개들이 뼈다귀를 물어뜯기 좋아하는 것처럼, 마음은 문제점을 붙들고 늘어지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당신의 마음은 걸핏하면 과거나 미래라는 뼈다귀를 물고 있게 마련이라는 지적이다.

과거나 미래라는 뼈다귀 중 대표적인 게 ‘생각’이다. 비유컨대 ‘생각’은 하늘의 태양을 가리는 구름으로 비유할 수 있다. 어제 있었던 기분 나쁜 일·그 인간·그 역한 냄새·할퀴는 듯한 말·걱정·끈질긴 두려움. 마음이라는 개가 뼈다귀를 물고 있으니 얼마나 맛있을 것인가. 당신은 지금 하는 일을 잊고 과거나 미래 속에 흠뻑 빠진 형국이다.

‘생각 중독’도 도박 중독 못지않다

동물학자에 의하면 개는 과거나 미래를 모른다. 개나 원숭이 같은 동물은 생각이라는 과거나 미래의 뼈다귀를 물지 않는다. 오로지 인간만이 과거나 미래를 발명하여 정작 본인의 ‘지금 이 순간’을 팽개치기 십상이다. 걸핏하면 과거라는 생각의 동네를, 미래라는 생각의 동네를 돌아다닌다. 그것도 하루 평균 5만~6만 번 정도 외출한다.

책을 읽으면서도 어제 있었던 일을 생각하고, 향기로운 길을 걸으면서도 다음 달에 갚아야 할 은행 빚을 생각한다. 친구를 만나면서도 집에 가서 여행가방 챙길 일을 걱정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입장에서 보면 그는 틀림없이 태업 중이다. 할 일은 안 하고 애먼 짓을 하는 중이다. 이런 흐름을 끊지 못한다. 도박이나 인터넷만 중독되는 게 아니다. ‘생각 중독’도 그것들에 못지않게 심각하다.

같거나 유사한 생각은 당신의 의식에 쌓이고 성장한다. ‘생각 중독’은 당연히 내면 의식에 쌓이고 쌓여 임계치를 넘으면 병리 현상으로 드러난다. 불면증·불안증·신경증·우울증·강박증 따위는 ‘생각’이 외출해서 데리고 온 ‘생각 바이러스’들이다. ‘생각 바이러스’는 자기들끼리 모이면 머지않아 공장을 가동하는데, 그것이 ‘스트레스 공장’이다.

구원의 메시지는 유일하다. ‘지금 이 순간’이다. 이 구절에 함축된 의미는 무엇일까. 당신 삶의 현장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당신의 몸이 있는 ‘현장’이 평생의 삶이라는 말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밥 먹고 있는 사건 외에 당신의 진실을 증명할 수 있는 게 있으면 내놓아 보라는 일갈이다. 그러니 몸이 밥을 먹으면 마음도 거기에 머물러서 고소함·따뜻함·짠맛·질겅거림·꿀꺽 넘어가는 소리 따위에 참여하라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 다짐했다고 한다. “나에게 남은 시간은 오늘 하루뿐이다. 어떻게 살래!” 자신의 삶을 단 하루로 압축해 놓으니 스스로 만지고, 맛보고, 사랑하는 그 모든 순간에 대해 깨어 있을 수밖에 없었노라고 한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 행위하고, 그 행위의 내용을 ‘깎아놓은 무우처럼’ 서슬푸르게 알아차리는 마음으로 살았다.

‘지금 이 순간’의 다른 표현은 ‘몸이 있는 곳에 마음도 있어라’는 권유다. ‘밥 먹을 때는 밥만 먹고, 잠잘 때는 잠만 자라’는 선사의 말도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는 것의 다른 표현이자 같은 의미가 아니겠는가. 불교학자 김범진은 저서 ‘스티브잡스 i Mind’에서 “진정한 단순함은 그 깊은 곳에 다른 것과의 연결이 있다”고 말한다. 과거나 미래와의 연결은 ‘지금 이 순간’이라는 단순한 순간에 대한 ‘알아차림’에 있다는 것이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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