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北 개입 추정” 학술 게시물… 방심위서 삭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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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역사학회 “연구·학술활동 심각한 방해 행위”
이의제기했지만 “특별법에 어긋난다” 일방 통보
박명규 회장 “학술 결과물 보호해야”… 소송 검토

허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8-01 00:07:01

▲ 5·18역사학회가 최근 방심위로부터 이의신청에 대한 심의 결과를 통보받았다.

5·18에 북한이 개입했는지를 연구해 온 학술단체의 논문성 게시물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정연주·이하 방심위)가 삭제하라고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른바 역사왜곡금지법으로도 불리는 ‘개정 5·18민주화운동법’은 역사적 사건의 의미와 성격을 일방적으로 규정한 다음 역사를 장악하고 성역화하려는 전체주의적 시도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아 왔다.

반론과 재반론을 거치며 하나의 사실로 수렴되거나 끝까지 대립하는 의견으로 남는 학문의 영역을 인위적인 법의 잣대로 섣불리 평가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역사왜곡금지법의 시행으로 정부가 사실(역사)이라고 발표한 것은 사실이 되고 정부가 거짓이라고 발표한 것은 거짓이 된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보수 성향의 5·18역사학회(회장 박명규)는 최근 방심위로부터 이의신청에 대한 심의 결과를 통보받았다. 학회에 따르면 방심위는 “5·18특별법을 위반한 불법 정보에 해당한다”며 삭제를 요구한 종전 결정을 뒤집지 않았다.

5·18역사학회는 학계와 언론계 인사 등이 된 학술단체다. 회장을 맡고 있는 박명규(75) 씨는 광주 태생으로 문화방송(MBC) PD를 지냈다.

구체적으로 방심위는 6월19일 제43차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는 불법 정보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돼 삭제가 결정됐다”고 지난달 24일 회신했다.

또 “관련 법률 제정을 통해 광주 시민 등이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항거한 민주화운동으로 명문화돼 인정됐고 최종 확정된 다수의 법원 판례를 통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북한군 개입 주장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며 “이 같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위원회가 북한군 주동 주장을 허위 사실로 판단해 시정 요구한 것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헌법상 학문의 자유 등이 보장돼 있으나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일정한 한도로 이를 제한할 수 있게 돼 있다”며 “불특정 다수에게 빠르게 전파되는 통신매체상 관련 법령이 금지하는 허위 사실 유포 행위를 제한한 것이 신청인의 학문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점에서 신청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해 기각을 의결했다”고 방심위는 설명했다.

박명규 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학문적 차원에서 보면 광주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는지는 반드시 연구를 통해 규명해야 할 대상”이라며 “삭제 조치된 해당 게시물은 5·18역사학회 학술활동의 결과물로서 보호돼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은 “행정소송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본지가 개최한 5·18진상규명 세미나에서 패널로 참석한 박인환 변호사(자유민주시민연대 자문변호사)는 “1980년 광주5·18민주화운동은 아직도 다양한 측면에서 진상 규명이 종료되지 않고 사실관계를 밝히고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발표된 조사 결과도 반드시 객관적 사실이자 진실의 역사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금까지 발표된 조사 결과를 부인하거나 왜곡하고 조사 결과에 반하는 사실을 허위 사실로 단정한다는 것 또한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역사 왜곡을 이유로 처벌한다는 것은 역사의 성역화를 뜻하는 것인 데다 역사 왜곡 여부를 사법적 판단에 맡기는 방식은 결국 학문·역사·정치의 사법화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며 헌법적 권리인 ‘학술 활동(학문)의 자유’를 법으로 묶고 규제하려는 시도의 위헌성을 꼬집은 바 있다.

허겸 기자 k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