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도 위험… 민주당 고민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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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인터뷰 늘릴수록 역효과… 지지율 답보·하락세 지속
당내 비판 고조 “전략 부재… 라틴계·흑인 유권자 접촉 늘려야”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17 15:03:47

▲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4일 (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이리에서 유세를 마친 뒤 지지자들과 기념 촬영 중이다. 민주당 우세지역이자 최대 경합주인 이곳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돼 민주당 고민이 깊다. 해리스가 언론 접촉을 늘릴수록 지지율 제자리걸음 내지 하락세다. 연합뉴스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운명을 가를 미 대선 투표일이 20일도 안 남았다. 7개 경합주 가운데 최대 선거인단수(538명 중 19명)이자 민주당 우세 지역이던 펜실베이니아에서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계속하자 민주당 내부로부터 선거 전략을 둘러싼 비판이 흘러 나온다. 사실상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본인의 한계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선거인단수의 대결이므로 지지율 조사가 결정적 의미를 가지진 못하지만 중요한 풍향계임엔 틀림 없다. 2016년 평소 지지율 우위에 있던 당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할 때 ‘샤이 트럼프’ 층의 규모와 열기를 읽어 낸 전문가는 극소수였고 모든 언론이 트럼프에 적대적이었다. 여론조사에서 많이 앞서 있을수록 안전할 텐데 해리스는 후보직 승계 직후 및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의 상승세가 꺾인 이래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

그간 라스무센 외 10여 개 여론조사 기구에서 하나같이 ‘해리스 우세’나 ‘초박빙’ 결과를 내놨으나 최근 뚜렷하게 논조가 달라졌다. 조사·질문 방식에 의문을 표하며 애초부터 트럼프의 실질적 우세를 짚어 온 일부 유튜버 시각에도 눈길이 쏠린다. 트럼프가 지난달 TV토론 직후 자신의 승리와 주최측 편파성을 들어 추가 토론 가능성에 선을 긋자 해리스는 언론 접촉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최대 이슈인 국경과 물가 문제 등에서 조 바이든 정부의 책임이 커서 입장이 난처하긴 하지만 무엇보다 매번 해리스가 자질 부족을 드러내 사태를 악화시켰다. 더구나 2일(현지시간) 부통령 후보 토론 역시 공화당 JD밴스 상원의원의 압승이었다. 논리력·전달력·정중함·젊음 등 모든 면에서 발군의 우위를 보여 트럼프에 적대적인 언론에서조차 ‘스타 탄생’을 언급했을 정도다. ‘강성 트럼프주의자’ 밴스의 지명을 걱정하던 목소리도 싹 들어갔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해리스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자 선거 인력 배치나 유색인종 유권자 접근 방식 등에서 문제 있다는 불만이 현지에서 제기됐다. 민주당의 라틴계 및 흑인 지도자들은 지난달 해리스측 인사들과 비공개 회동 후 캠프 선거전략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6일(현지시간) 전하며 유색인종 투표 참여율을 승패의 관건으로 봤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라틴계·흑인 지도자들이 해리스캠프의 펜실베이니아 지역 선거 책임자인 니키 루도 참석한 이 자리에서 △더 많은 지역 이벤트 참석 △해리스측 선거운동원들 운영방식 개선 △다양한 유권자와의 정교한 소통방식 모색 등을 요청했다. 일각에선 이 지역 최대 도시 필라델피아에 대한 선거 책임자 루의 이해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해리스는 펜실베이니아주 승리를 위해 최대 도시인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를 중심으로 그 주변 교외 지역의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 투표율을 끌어올려야만 한다. 필라델피아 노동계 지도자인 흑인 라이언 보이어는 특히 필라델피아 최초의 흑인 여성 시장인 셰리 파커 등 가용 자원을 캠프가 전략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 아시아·라틴계 유권자를 향한 접근 노력이 부족하다는 당내 비판도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라틴계 선거 관리자로 일했던 한 인사는 8월 2주 만에 물러나면서 라틴계 인구통계 데이터나 라틴계 유권자 참여를 독려할 인프라가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펜실베이니아 선거운동은 엉망이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실망스럽다”면서도 인구통계학적(머리수) 우위에 의한 승리를 예감했다.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 이른바 북부 ‘블루월’(과거 민주당 강세지역) 복원이 대선 승리의 핵심 열쇠다. 가자전쟁으로 이스라엘과 미국정부의 이미지는 역대 최악이라 유대인인 조시 샤피로 주지사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지 못한 게 악재였으나 어쩔 수 없었다. 인지도·인기·실력 면에서 탁월한 샤피로 대신 무명의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로 정해지자 트럼프는 즉각 SNS를 통해 놀리듯 “고맙다” 한마디로 논평한 바 있다.

민주당 내 대스타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10일 피츠버그를 시작으로 지원 유세에 나섰으며 펜실베이니아 태생인 바이든 대통령도 전날 필라델피아에서 지원 유세를 펼쳤으나 효과가 거의 없다. 지난달 뉴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민주당 대선 후보 교체가 민주당계 큰손들의 압력에 의해 성사됐다며 “‘궁정 쿠데타’로 후보직을 사퇴한 이후 바이든이 해리스를 미워한다. 그게 딱 하나 바이든의 장점”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6월 트럼프와의 첫 TV토론 참패 후 어쩔 수 없이 대선 후보직에서 내려오게 됐으며 이를 이례적인 방식으로 발표했다. 공식 문서가 아닌 개인 서신 풍의 SNS 글로 사퇴를 알렸고 전광석화처럼 후보직 계승을 마쳤다. 경선을 다시 치를 시간이 없고 모금된 대선 자금의 합법적 사용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후보 자리가 해리스에게 주어진 것이다. 해리스는 미 헌정사상 경선을 거친 ‘선출’(elect)이 아니라 비밀리에 ‘선택’(select)된 최초의 대선 후보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