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들이 고물가에 시달리는 틈새를 파고 중국 쇼핑앱이 초저가 공세를 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싼 값에 물건을 살 수 있으니 소비자는 당장 만족할 수 있으나 국내 유통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우려가 커진다. 유통뿐 아니다. 중간 판매상과 제조업 등 맞물려 있는 업체들이 줄줄이 타격을 받을 것이 빤하다. 정부가 최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소비자 보호 등을 위한 대책을 밝혔으나 이 정도로는 안심할 수 없다.
중국 e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알리)는 지난달 10억 원 규모의 랜덤 쿠폰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놀랍게도 행사 첫날에만 17만 명 이상이 몰려 행사가 조기 종료됐다. 또 매일 두 차례 ‘타임 세일’에서 계란·바나나·딸기·한우 등 한국산 신선식품을 1000원에 판매한다. 이런 상품들은 10초도 못 가서 동이 날 정도로 소비자가 몰리고 있다.
‘알테쉬(알리·테무·쉬인)’로 불리는 중국 쇼핑앱이 이처럼 초저가 상품을 무기로 국내 소비자를 유혹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 해외 직접구매(직구)는 121.2% 급증한 3조2872억 원에 달해 처음으로 국내 해외직구 1위 국가에 올랐는데, 이런 기세로 간다면 올해는 증가세가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이하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2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쇼핑앱은 국내 유통업계 1위 쿠팡에 이어 알리가 2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 알리 앱의 한국인 스마트폰 월간사용자수(MAU)는 지난해 2월(355만 명)보다 2.3배 늘어난 818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테무와 쉬인 사용자도 각각 581만 명과 68만 명으로 최대치를 경신한 반면, 쿠팡을 제외한 국내 쇼핑앱은 모두 사용자 수가 감소세를 보였다. C커머스(중국 e커머스)의 국내시장 ‘공습’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 주는 지표들이다.
문제는 우리 법·제도가 알리·테무의 공습에 무기력한 실정이라는 점이다. 중국 제품들은 중간 유통과정 없이 바로 국내 소비자에게 배송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관세·부가세·KC인증(전기용품안전인증) 취득 비용 등에 소요되는 절차·비용이 면제된다. 법·제도의 규제를 받는 국내 업체들은 이들과의 경쟁에서 단연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피해를 보는 쪽은 국내 소비자다. 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에 알테쉬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800명 중에서 80.9%가 불만·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주로 ‘배송 지연’(59.5%)과 ‘낮은 품질’(49.6%)이 지적됐다. 응답자들이 중국 플랫폼 이용 이유로 꼽은 것은 ‘저렴한 제품 가격’(93.1%)이 대부분이었다.
국내 도·소매 및 제조업 중소기업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국 e커머스 해외직구로 피해를 본 도·소매 및 제조업 중소기업 320곳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3.1%)이 ‘과도한 면세 혜택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저하’로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80.7%는 C커머스를 통한 직구가 기업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대로 방치하다간 중국산 저가 공세에 국내 제조업은 출혈 경쟁으로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유통업은 물론 각종 제조업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정부는 C커머스가 누리는 면세제도 등이 국내 업체들 입장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 이를 바로 잡도록 제도를 즉각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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