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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모 방송사에서 8시 뉴스를 시작할 때 “한 시간 빠른 뉴스, ○○○뉴스!”라고 하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뉴스가 시작될 때마다 나오는 말이라 귀에 익었지만 필자는 상당히 못마땅했다. ‘빠르다’는 속도를 말할 때 쓰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KTX처럼 총알같이 달리는 것을 말할 때 ‘빠르다’고 한다.
한자로는 속(速)에 해당하는 말이다. 이에 대한 상대어는 ‘느리다(지·遲)’이다. 우리가 흔히 ‘지각(遲刻·정한 시간보다 늦게 도착함)’이라고 할 때 쓰는 말의 상대어이다. 이에 반해 ‘이르다’는 시간에 해당하는 말이다. ‘이른 기차(새벽 기차)’와 ‘빠른 기차’는 다르다. ‘이르다’에 해당하는 한자는 조(早)이다. 상대어는 ‘늦다(만·晩)’이다.
그러므로 ‘빠르다’와 ‘이르다’는 ‘지속(遲速·느린 것과 빠른 것)’ ‘조만(早晩·이른 것과 늦은 것)’의 차이가 있다. ‘늦은 기차’와 ‘느린 기차’를 생각해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또한 ‘빠른 봄’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이른 봄(봄이 처음 시작되는 시기)’이라고 해야 맞다.
한국어를 바르게 쓰는 습관이 중요하다. 언어는 생각의 그림이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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