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주 
)
한국·미국·일본 첫 다 영역 연합훈련인 ‘프리덤 에지(Freedom Edge)’가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3국 공동으로 실시된 가운데 관심을 끈 건 미국 제9 항모강습단 소속 니미츠급 핵 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CVN-71) 함재기 훈련 장면이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는 블록버스터인 ‘탑건 : 매버릭’의 이·착륙 훈련 장소로 실제 활용된 곳이다. ‘탑건’은 실제 미국 해군의 전설적인 전투기 조종사 학교로 알려진 곳으로 이의 창설자이자 초대 교장인 댄 페더슨의 저서 ‘탑건 : 초대 교장의 회고록’을 번역한 작가와 독자와의 모임이 열려 국내에서도 인기를 가늠하게 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의 명소로 떠오른 용리단길의 한 모퉁이에 자리한 국내 최초 군사 전문서점‘워랩’에서는 작은 소모임이 열렸다. 이동훈 ‘탑건’ 역자와 그 독자들이 모인 자리로 천종웅 워랩 대표가 주관하여 성사됐다. 이 자리에는 학계 및 언론계 등에서 활약중인 군사전문가와 집필진 및 취미로 밀덕(밀리터리 매니아)을 하는 직장인과 학생들이 늦은 저녁임에도 모여들어 빈 자리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이 작가는 “제2차 세계대전과 6·25 한국 전쟁을 통해 미군은 격추 교환비 10:1, 즉 미군기 1대가 격추될 때마다 적기 10대가 격추되는 기염을 토해 냈는데, 해당 수치는 베트남 전쟁 때 무려 2:1로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 배경에 대해 신무기인 미사일을 사용한 원거리 전투만을 중시하고, 기관포를 사용한 전통적인 근접 격투 전을 무시하는 공중전 교리 때문이었다고 이 작가는 설명했다.
그는 “전쟁 확전이 두려운 나머지 미군의 첨단 항공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한 교전 규칙 때문이었다”며 “미 해군은 1969년 ‘탑건’ 학교를 창설해 조종사들에게 다시금 근접 공중전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베트남 전쟁 후기 미 해군의 격추 교환비는 무려 22:1 이상으로 올라갔다”고 밝혔다.
영화 ‘탑건’의 이면의 군사 사적 가치에 대해 살펴보자는 의도로 기획된 이 자리에서 이 작가는 탑건 프로그램의 역사와 배경 그리고 훈련 과정과 그 성과 등을 논의하며 미국 해군이 세계 최고의 조종사를 양성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에 집중하여 강의를 시작했다.
이른바 ‘도그파이트(Dog Fight)’로 알려진 근접공중전의 서막이었다. 이 작가는 “미국은 도그파이트로 적기와의 근접 항공전으로 조종 기술과 전략적 사고력, 그리고 극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치열한 전투”라며 “적기보다 위쪽 또는 뒤쪽에 위치하면 공격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면서 회전율이 높을수록 적기보다 빠르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게 하면서도 적절한 사격 기회를 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에 따르면 도그파이트 전략은 △요요 전략으로 적기를 유인하여 에너지를 소모한 후 공격하는 전략 △톱건 전략으로 적기 위쪽에서 공격을 시작하여 속도와 고도를 활용하여 공격을 유지하는 전략 △쉐르 전략으로 적기와 거리를 유지하며 회전하는 전략으로 구성됐다.
이 작가는 “미사일과 같은 다른 공격 무기가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근접 전투 상황에서는 도그파이트 능력이 승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이는 현대전에서도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2019년이 탑건 창설 50주년으로 이의 성과에 주목한 이 작가는 “탑건의 주요 기종이었던 F-4의 후계 기종인 F-14 개발에는 ‘탑건’ 교관진의 의견도 강하게 반영됐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F-14는 1981년 시드라만 사건에서 리비아 공군 전투기들을 전혀 피해 없이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어 “1983년 ‘캘리포니아지’의 ‘탑건’ 소개 기사 게재, 그리고 영화 ‘탑건’의 제작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며 미군을 대표하는 영화로까지 상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작가는 탑건이 주는 교훈에 대해 “싸움의 기본기를 잊지 말고, 그 기본기를 변화한 세상에 맞게 다듬을 수 있게 하는 게 ‘탑건’의 전술이 현재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라며 “이를 위해 확고한 전문성을 보유한 현장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첨단 군사기술은 물론 중요하며, 특히 인구 절벽에 시달리는 우리 군에서 그 중요성은 미군보다도 더 크다”며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그 기술을 쓰는 인간이 개념이 빠지면 소용없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기술은 결국 싸움에 쓰이는 도구고, 그 도구가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은 인간의 책임”이라며 그 의의를 기렸다.
이 작가는 강연을 마친 후 “국방 문제에 대한 많은 분들의 뜨거운 관심과 열의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알고 보면 국방과 군사는 우리 삶과 동떨어진 주제도 아니고, 일개 국민들이 함부로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주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민주 국가의 모든 국민은 국가와 군대의 주인”이라며 “그 주인된 권리를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연에 참여한 김기동 법무법인 슈가스퀘어 미국 변호사는 “국방과 군사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탑건’과 미군의 역사 및 무기체계에 대해 다방면적이며 매우 전문적 대화를 하는 것을 보며 많이 배웠고 작가님과 참여자들의 열정에 매우 감탄했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미국인으로서 명문 미군 사관학교를 그린 톰크르주 주연의 영화 ‘탑건’ 시리즈를 매우 감탄하며 봤는데, 이의 실화의 이야기를 들어 참 감동이었다”며 “세계 최강 미국 해군과 미군의 엄격한 교육과 훈련을 통한 최정상 파일럿들의 자긍심과 애국심도 함께 느낄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밝혀왔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2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연재소설 ‘CIA와 대한민국’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