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출 호조에도 내수가 뒷받침 안 되는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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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소비·투자 모두 줄어든 ‘트리플 감소’
국가경쟁력 핵심 기반인 제조업 부진 심각
親시장 정책·규제 혁파 통해 생산성 제고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2 00:02:02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 제고가 시급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6월 수출이 작년보다 5.1% 증가하면서 9개월 연속 작년 동기 대비 증가하는 수출 호조에도 내수가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지난달 생산·소비·투자 모두 줄어든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이들 세 지표가 동시에 줄어든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1분기 ‘깜짝 성장’으로 커졌던 경기회복 기대감에 적신호가 켜졌다.

실물경제의 세 축이 감소한다는 것은 경제활동이 전방위로 위축되고 있다는 신호다. 통계청의 ‘5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전(全)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3.1(2020년=100)로 전월보다 0.7% 줄었다. 광공업 부문이 1.2% 감소했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이 1.1% 축소됐다. 반도체(1.8%) 생산이 3개월 만에 반등했지만 자동차(-3.1%) 등 나머지 업종은 조정세를 나타냈다.

3대 지표 악화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영향이 크다. 한은은 물가상승을 우려해 고금리 기조를 이어 가고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두 달 연속 3%대에 머무르고 있어 한은의 고민이 깊다.

기업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킹 달러’로 불리는 달러 강세 속에서 환율 변동성이 기업에 위협이다. 1400원 선을 위협하는 원·달러 환율은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자금조달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전(全)산업 생산이 보합 수준에 있고 견고한 수출 호조세로 수출과 제조업 중심의 경기회복 기조는 지속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시장 안정을 고려한 것이겠지만 현장 상황은 다르다. 그중에서도 국가경쟁력의 핵심 기반인 제조업의 부진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하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대에 그치고 있다.

제조업 국내 공급 감소의 원인은 산업 부진에서 찾을 수 있으므로 이는 한국 경제가 위기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 경제성장 둔화의 주요 요인은 생산성 증가율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는 데 있다. 주력산업의 성과가 10년간 크게 하락해 향후 수출을 다시 견인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산업 부가가치 증가율이 2002~2007년에는 비주력산업 증가율의 두 배에 달했으나 최근 2017~2023년엔 오히려 비주력산업 증가율을 밑돌며 제조업 내 비중이 감소하고 있어 우려되고 있다.

제조업은 산업의 뿌리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차·생명공학(BT) 등 4차 산업혁명시대 유망업종도 그 하드웨어는 제조업에 기반하고 있다. 더구나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인 뿌리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뿌리산업 업체의 영업이익은 5년 새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뿌리산업은 주조·금형·소성가공·용접·표면처리·열처리 등 제조 공정기술을 활용하는 산업을 일컫는다.

결국 제조업의 국내 공급 감소의 원인은 산업 부진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산업 구조조정으로 생산능력이 줄었음에도 생산이 훨씬 더 부족해 가동률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국과 업계는 지금과 같은 정책으로는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 새롭게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

정부는 가능한 정책을 총동원해 내수 진작에 나서길 촉구한다. 친(親)시장 정책과 불합리한 규제 혁파를 통해 기업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기업 관련 정책들은 기업 성장의 효과성을 기준으로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 전반적인 기업 정책을 점검해 중소기업의 성장·혁신·고부가가치 사업으로의 전환 등이 제대로 유도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미래에 대비해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고부가가치 신사업진출에 걸림돌이 되는 장애들을 속히 제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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