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에티오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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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에티오피아

박병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13 06:30:30

▲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5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6·25전쟁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의 이름을 새긴 명비 제막식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명비를 둘러보고 있다. 국가보훈부·연합뉴스.

1970~80년대 젊은이들에게 인기 높은 놀이 장소는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공지천의 고급 카페 ‘에티오피아’였다.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시간을 보내는 낭만어린 시절이었다. 보트 등 인근의 물놀이 시설도 제법 인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바로 옆의 에티오피아 참전 기념관을 찾는 젊은이는 많지 않았다. 어느새 카페 ‘에티오피아’가 없어지고 많은 세월이 흘렀다.

이곳에 카페 ‘에티오피아’가 생겨난 것은 에티오피아 참전 기념관 때문이었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했던 에티오피아군의 전공을 알리고 전쟁의 교훈을 되새기기 위해 춘천시가 1968년에 설립했다. 6·25 참전국을 기리기 위해 기념관을 세운 것은 춘천이 처음이었다. 기념관 1층에는 에티오피아군의 참전 과정·전투 상황·참전 과정에 사용했던 무기들을 전시해 놓았으며 2층에는 에티오피아의 역사·문화·종교, 생활 풍습 등을 살펴볼 수 있는 풍물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6·25전쟁 때 16개국이 파병했지만 에티오피아 군대는 양구·철원 지역에서 많은 전과를 올렸다. 아프리카 북동부의 에티오피아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도 결코 부유한 국가가 아니었다.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는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유엔 결의에 따라 세계평화 유지의 명분으로 3518명의 병사를 한국에 보냈다. 이들은 황실의 친위대였다고 한다. 당시 에티오피아군은 658명의 사상자를 냈다.

커피의 원조 국가로 유명하지만 2022년 1인당 국민소득이 1020달러(약 137만7000원)에 불과한 최빈국이 에티오피아다.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이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방문해 공용 화장실을 만들고 마을회관·진료소 개·보수 작업에 나선 것은 너무 궁핍한 에티오피아에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주겠다는 6.25전쟁 참전에 대한 보은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얼마 전에는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에티오피아를 찾아 참전용사 명비 제막식을 가진 뒤 참전용사들에게 지급되는 영예금을 기존 5만 원에서 대폭 올릴 것이라고 했다.

어려울 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준 에티오피아의 희생과 헌신을 영원히 기억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성경이 에티오피아인(구스족)을 잊지 않는 것처럼 대한민국도 6·25전쟁에 참전한 에티오피아인을 결코 잊을 수 없다. 더구나 전쟁의 잿더미를 딛고 일어선 우리가 그들을 돕는 것은 세계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서 국격을 지키는 일이다.

박병헌디지털뉴스 국장

박병헌 기자 bhpar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