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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유엔본부 연단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 연단에 섰다. 재직 중 마지막 유엔총회 연설이었다. 그는 현 세계가 당면한 갖자기 절망적인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절망이 우리에겐 사치”라며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 협력하면 우리 능력을 넘어설 게 없다. 함께 노력하자”고 호소했다.
바이든의 메시지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국제기구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해 왔다고 평가되는 트럼프를 겨냥한 비판이 녹아 있다. 탈냉전 이래 지난 30여 년 국제기구들의 무력화 내지 기득권화, 미국 분담금으로 지탱되는 국제 엘리트들의 고액 연봉직 측면도 부인하기 어렵다. 1945년 10월 유엔 출범이 세계사적 의미를 가지지만 그 역사를 통틀어 진정한 성과란 대한민국의 탄생과 유지를 도운 것밖에 없다는 뼈아픈 지적도 나온다.
최근 미 대선 TV토론에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승리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직답 대신 “빠른 종전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답한 반면, 바이든은 이날 우크라이나 지원 지속을 거듭 천명했다. 또 중동 문제를 둘러싼 유엔의 노력, 이스라엘-하마스 휴전협상의 조속한 타결, 이란 핵무기 절대 불가를 강조했다. “중국과의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면서 “불공정한 경제경쟁과 군사압박을 막고 대만해협 평화·안정 유지를 위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 또한 재확인됐다.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동맹 및 파트너 네트워크 강화”를 말하며 “특정 국가를 상대로 한 게 아니라 자유롭고 열린 안전한 평화로운 인도태평양을 구성하는 요소”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한편 매년 바이든의 유엔총회 연설 때 북핵 문제가 언급됐으나 이번엔 빠졌다. 다만 “더 강력하고 더 효과적인, 더 포용적인 유엔”의 필요성을 들어 전쟁·기아·테러·기후위기·인공지능(AI) 등 미래의 다양한 도전에 맞서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확대·개혁을 촉구했다.
미 언론은 바이든 연설이 전반적으로 세계 곳곳의 독재자들과 트럼프의 고립주의를 겨냥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고립주의란 20세기 초반 제출된 용어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일방주의·보호주의 대외정책을 말한다. ‘우리만 잘먹고 잘살자’로 들려 정적들의 먹잇감이 되지만 실질적 개념과 용법의 변천을 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요새에 가까운 지리와 천혜의 지정학 조건을 가졌다. 좌우 양쪽이 태평양·대서양이며 위쪽에 우방국, 아래쪽엔 약한 나라들뿐인데다 에너지와 식량 자급이 가능한 드문 국가다. 심지어 에너지 매장량은 수백년어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 국경만 잘 관리하면 되는데 민주당 정부 시절 방만하게 운영되다 불법이민 문제로 심각한 국내문제를 겪고 있어 이번 대선의 주요 화두가 됐다.
18세기 독립 당시부터 미국은 복잡다단한 역사와 역학에 얽힌 유럽과 거리를 두려 했다. 제1차 세계대전(1914년 7월~1918년 11월) 당시 극력 불개입을 추구하다 참전하면서 국제무대에 본격 등장한다. 독일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으로 1915년 5월 루시타니아호가 격침당해 미국인 130여 명이 희생되며 국민적 분노를 키운 가운데 앞마당 격인 멕시코와 주축국 독일이 연합을 기도(침머만 전보 사건)했기 때문이었다.
세상과 동떨어져 있는 듯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 유례없는 방식으로 개입해 세계를 변모시켜 온 게 미국이다. 2차 세계대전 때도 초기 2년간 개입을 주저하다 미국의 진주만 공습 때문에 끌려들어갔으며 1945년 8월 원자폭탄 투하로 전쟁을 끝내고 미국의 시대를 맞았다. 이후 미·소 대결 구도 속에 미국인들은 자유민주 수호를 위한 세력 투사를 임무로 여기게 됐다. 국제주의(개입주의)가 공감대를 넓힌 것이다.
냉전 종식 다음이 문제였다. 미국은 이미 그 직전부터 ‘소련 견제’를 위해 파트너로 선택한 중국의 개혁개방을 적극 지지했으나 소련 해체 직후 러시아의 곤경은 외면했다. 미국의 전폭적 뒷받침 아래 이뤄진 중국의 초고도성장은 잘 알려진 바다. 다만 중국이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하는 동안 미국에선 일자리가 사라졌고 중산층이 무너졌다. 양극화가 심해졌으며 복지수당과 마약에 의지해 사는 인구 역시 늘어 갔다.
중국의 부상 외 또 하나 미국을 내적으로 망가뜨린 게 미국이 지구촌 곳곳의 전쟁·분쟁에 개입할 때마다 몸집을 불린 군산복합체들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이식한다는 명분이 애당초 무리였던 나라, 오히려 상태가 악화된 곳도 있다. 아프가니스탄·시리아·이라크 등이 대표적이다. 보람 없는 ‘세계의 경찰’ 역할에 천문학적 돈을 쓰기보다 중산층을 살리겠다고 나선 게 트럼프였다. 그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란 성실히 근로·납세하며 가정을 꾸리고 형편껏 이웃(나라)도 돕던 삶의 가치를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미국 우선’(America First) 슬로건 내지 개념이 나온 것은 20세기 초반이다. 그것을 21세기 미국의 현실 속에 재해석한 게 트럼프의 MAGA인 셈이다. 군산복합체 및 이와 연결된 국제엘리트를 포함해 중국공산당과의 비즈니스로 부자가 된 사람들은 자신들 사업에 방해꾼인 트럼프와 상극일 수밖에 없다.
국경 장벽이 낮아질수록 유리한 공화당 네오콘과 민주당 글로벌리스트들은 사실상 한몸이다. 이들과 이익을 함께해 온 사람들이 미 국무부·CIA에도 포진해 있으며 대형 언론사들 또한 그 일부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을 지칭하는 ‘딥 스테이트’(선출되지 않고 국가 운명을 좌우하는 세력)란 더이상 음모론적 주제가 아니라 실체를 가진다. 정치학계 용어로도 자리잡았다.
2017년 1월25일 발표된 폴리티코-모닝컨설트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65%가 당시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메시지 골자인 “미국 우선”에 긍정적이었으나 39%는 ‘저급하다’고 답했다. 다니엘 래리슨처럼 트럼프에 호의적이지 않은 논객들조차 그를 ‘불개입(고립)주의자’로 보지 않는다. ‘국익과 무관한 전쟁’(소수 엘리트만 살릴 전쟁)을 싫어할 뿐이라고 한다. 트럼프에겐 우크라전쟁이 그렇다. 꼭 필요할 때를 위해 힘을 아껴야 한다는 주장에 기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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