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통령 후보 첫 TV토론… 판이한 성향 격돌할 듯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국제정치

AFP “미네소타 순둥이 vs 힐빌리 에너지” 대결
‘동네 아재’ 과격 진보 월즈, 고문단과 토론 준비
‘개룡남’ 찐 보수 밴스, 압박 질문팀과 훈련하며 대비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01 17:35:24

▲ 미 대선 부통령 후보들의 첫 TV토론이 1일(현지시간) 밤 9시 CBS 주최로 뉴욕에서 열린다 (한국시간 2일 오전 11시 경). 민주당 후보 팀 월즈(오른쪽) 미네소타 주지사와 공화당 후보 J.D. 밴스 연방상원의원(오하이오주)은 둘 다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렀으나 가치관·세계관이 판이하다. '동네아재 과격 진보'와 '개룡남(개천에서 난 용) 찐 보수'의 대결이 될 전망이다. 로이터

미국 부통령 후보들의 첫 TV토론이 1일 밤 9시(한국시간 2일 오전 10시께) 열린다. 민주당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공화당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주) 모두 미 북서부 태생으로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입신했으나 전혀 다른 길을 걸어 현재에 이르렀다. 이들의 판이한 세계관·가치관이 토론에서 격돌할 전망이며 누가 얼마나 더 공감을 얻어 낼지 세계적 관심사다.

기대감은 대통령 후보 TV토론 때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개룡남’(개천에서 난 용 같은 남자)인 밴스가 자수성가 엘리트의 전형이라면, 고등학교 교사이자 학교 미식축구팀 감독 출신인 월즈는 ‘동네 아저씨’ 분위기다. AFP통신은 두 후보의 토론을 ‘힐빌리(백인 빈민) 에너지’ 대 ‘미네소타 나이스(순둥이)’의 대결로 표현했다.

베스트셀러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 저자인 밴스에 비해 전국적 지명도 면에서 뒤쳐진 월즈로선 존재감 높이기가 시급한 과제다. 자신을 알리며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국가 비전을 동시에 부각시켜야 한다. 미 언론에 따르면 월즈는 고문단과 함께 토론을 준비해 왔다. 밴스 후보처럼 아이비리그 출신이자 동년배인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이 상대역을 맡아 모의 토론도 가졌다고 전해진다.

밴스 역시 한 달 이상 토론 준비에 매진했다는 소식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선캠프의 제이슨 밀러, 예일대 로스쿨 동문인 아내 우샤 등으로 구성된 혹독한 압박 질문의 ‘살인적 검증팀’과 훈련하며 월즈의 토론 스타일이나 정치 성향을 집중 학습했다고 한다. 모의 토론에선 월즈의 동향 지인이자 공화당 하원 원내수석부대표 톰 에머 의원이 상대역을 맡았다.

CBS 주최로 뉴욕에서 열리는 이번 토론의 규칙은 지난번 대통령 후보 토론 때와 비슷하다. 다만 마이크를 계속 켜두기로 했으니 순서가 아니어도 상대방 발언을 반박하거나 끼어들 수 있다. 후보 발언에 대한 진행자의 ‘팩트체크’는 없다. 지난달 10일 ABC 토론에선 진행자들이 트럼프 발언에만 즉각 대응해 불공정 논란을 불렀다. 직후 트럼프가 해리스와 2명의 진행자를 상대한 ‘3 대 1’ 토론이었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8월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깜짝 지명된 다음 월즈의 단어 하나가 인기를 끌었다.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밴스에 대해 “이상하다!”(weird!)고 꼬집었는데 그것이 토막영상으로 퍼진 것이다. 이른바 ‘엘리트 진보’ 이미지가 강한 민주당계 유력 정치인 내지 지식인들은 계몽적인 진중한 어휘를 구사하는 경향이 강하며, 이들과 공화당 인사 일부가 트럼프의 직설적 말투를 ‘천박한 장사치의 언사’로 취급하는 이유였다.

교양과 지성을 과시해 온 기존 엘리트 말투와 달리 단순 소박한 월즈의 “이상해!” 한마디가 반전 매력과 효과적 메시지를 안긴 것이다. 지금까지 트럼프를 “민주주의의 존재론적 위협”으로 지칭한 심각하고 무거운 주장은 평범한 유권자들에게 쉽게 공감되지 못했다. 그래서 월즈의 언어를 “트럼프·밴스처럼 비대한 자아를 가진 사람들의 메시지를 쪼그라들게 한” 성공적 전략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월즈의 성향, 무엇보다 동성애(젠더 이데올로기) 친화적이라는 점이 양날의 검이다. 환호할 사람도 있으나 여전히 상당한 인구의 보수 기독교 유권자들 거부감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자명하다. 아예 이들을 제쳐둔 채 새로운 표밭을 일구고 싶어 하는 민주당이 불법이민자에게 더 관용적인 배경이다.

한마디로 월즈는 “90년대부터 LGBTQ 청소년을 위해 일해온 사람”이다. 그런 그를 트럼프가 “트랜스젠더에 대단히 열정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월즈의 고교교사 시절 제자들이 그를 “유쾌하며 사회 참여적인 인물”로 회고했다. 뉴욕타임즈·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은 변호사가 된 제이콥 라이탄이 1999년 고교생 때 동성애자임을 공개하고 힘든 시기를 보낼 때 그의 편에 서 준 게 월즈 선생님 부부였다고 밝힌 것을 보도했다.

2006년 월즈의 의회 입성 이후엔 보다 적극적인 LGBTQ 옹호가 이뤄졌다. 그는 2015년 대법원 판결 이전엔 어려웠던 동성결혼을 앞서 지지했으며 성적 지향이 드러나면 미군을 제대해야 하는 연방 정책의 폐지를 요구했다. 주지사가 된 이후 그는 트랜스젠더를 위한 의료서비스 등이 담긴 행정명령, 개인의 성적지향이나 성정체성 변경 및 억압을 목표로 한 전환치료 금지, 트랜스젠더와 그 가족이 성정체성 치료 관련해 소환장·체포영장 및 인도 요청으로부터 보호될 법에 서명했다.

한편 월즈의 가까운 혈육들 정치 성향이 저마다 달라 눈길을 끈다. 월즈 형제자매 네 명은 네브래스카주 발렌타인에서 학교장을 지낸 아버지의 영향 아래 다 교육자로 성장했으나 누이 산드라 디트리히는 친정 가족들의 갈등에 관한 고통을 언론에 토로하기도 했다. 1988년 이래 공화당원인 형 제프가 소셜미디어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동생의 정치 이념에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천명한 게 가장 두드러진다. 친지들이 같은 구호가 박힌 옷을 입고 ‘팀 월즈 반대’ 영상까지 찍어 올렸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