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지배구조 규제와 주가 부양 정답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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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국가 사례 분석 결과 원자재가 상승·개인 투자 급증 등 영향 더 커
“지배구조 규제가 주가 부양 만능열쇠로 여겨지는 풍조 경계해야”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01 12:04:05

경제계가 최근 주가 부양 방안이 지배구조 규제에만 집중돼 있음을 지적하며 지배구조 규제와 주가 부양 사이의 상관관계가 약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1일 ‘아시아 각국 지배구조와 주가지수 상관관계 연구’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ACGA(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의 지배구조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12개국 중 8위를 차지했으나 코로나19 대유행 시점인 2020년 1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주가지수 상승률은 25%로 5위를 기록했다.

대한상의는 “아시아 주요국 증시 부양 원인은 원자재가 상승과 개인 투자 급증 등 복잡다기하며 자율적 시장 감시와 주주와의 소통 확대를 통한 개선 사례도 있다”며 “아시아 주요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지배구조 규제가 밸류업의 핵심이자 만능열쇠로 여겨지며 각종 법안이 우후죽순처럼 발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지배구조 1위·주가 상승률 6위를 기록한 호주는 공급망 위기에 따른 원자재가 상승이 주가를 견인한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호주가 세계 최대 생산국인 우라늄은 다른 생산국인 러시아의 전쟁 등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선물 상품 지수가 226% 급등했다.

또한 인도(지배구조 7위·주가 상승률 1위)는 높은 경제성장률뿐 아니라 최근 3년간 5000만 개 이상의 주식계좌가 신설되는 등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대체수입원을 찾던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가 급증한 것이 증시부양을 이끌었다.

일본(지배구조 2위·주가 상승률 3위)은 2012년 이후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구조 개혁을 추진했지만 규제보다는 오히려 △일본은행·연기금 등 국내 주식 투자 확대·주주 소통 강화 △획기적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N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도입 △장기성과 연동 성과급의 손금산입 확대 등이 증시를 부양했다고 평가했다.

대만(지배구조 4위·주가상승률 2위)의 경우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로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하는 TSMC 주가가 2020년 60.6달러에서 2024년 9월 189.3달러로 3배 이상 급상승하는 등 경제 환경의 변화에 잘 대응한 것이 주가 상승의 주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대한상의는 최근 도입 논의 중인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등이 지배구조 상위 8개국의 사례와 비교해도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례들은 과도한 규제가 도입됐거나 도입 논의 중인 사례”라며 “규제로 기업을 압박하면 경영진의 책임이 가중돼 신규 투자나 M&A를 꺼리는 등 오히려 밸류업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배당소득세 저율 분리과세 △장기보유주식에 대한 세제 혜택 신설 △ISA 세제 혜택 확대 등 지배구조 이외의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밸류업은 기업 여건과 경제 환경 및 투자자 측면까지 고려해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추진해야 한다”며 “이렇게 규제만 강하게 도입하면 외국 기업과 자본이 우리나라에 투자하거나 상장할 가능성은 점점 더 낮아지고 국내시장은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