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검색시장 지배력 저하…反독점법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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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경쟁자는 아마존… 틱톡도 위협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09 06:41:59

▲ 검색 광고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의 지배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엄격한 반(反)독점법 조치에 따른 결과다. 독점이란 공정한 경쟁과 소비자 이익을 해치기에 자유 시장경제의 발전을 위해 경계해야 하지만 반독점 실행엔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연합뉴스

검색 광고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의 지배력이 줄어들고 있다. 6일(현지시간) 리서치 회사인 이마케터에 따르면 약 3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검색 광고 시장 내 구글의 올해 점유율 예상치가 50.5%, 내년엔 더 낮아진 48.3%로 관측됐다. 2018년만 해도 시장 점유율 약 60%의 구글이었다.

구글의 최대 경쟁자로 떠오른 것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다. 아마존닷컴 이용자들의 제품 검색이 크게 증가한 덕분이다. 2018년 10%였던 아마존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 22.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엔 24.2%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려 구글을 추격할 전망이다.

2018년 2.6%이던 점유율을 올해 5.1%로 약 두 배 끌어올린 애플의 경우 내년에 소폭 상승(5.2%)이 예상된 반면, 검색엔진 빙을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하락세다. 2018년엔 MS 점유율 6.7%였으나 올해 5%, 내년 4.8%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선 이들 경쟁 업체 외 인공지능(AI)과 소셜미디어(SNS)의 부상 역시 검색 광고 시장 내 구글의 위상에 도전이 된다고 분석했다.

짧은 동영상(쇼츠) 플랫폼인 틱톡 또한 구글의 또 다른 위협이다. 틱톡의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 점유율이 3.4%에 불과하지만 이를 토대로 한 수익은 지난해보다 38.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지원의 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 역시 이달 말부터 AI 생성 답변에 광고를 도입하기로 해 주목된다.

MS도 빙 검색 엔진에서 인공지능 챗봇을 통해 광고를 제공하는 등 검색 엔진들이 AI 생성 답변을 활용한 새로운 광고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구글 검색 결과 상단에 올라가기 시작한 ‘AI 오버뷰’에도 이제 광고가 실린다. 이에 디지털 광고 업계 베테랑 임원인 니 아헤네가 “15년 만에 처음 구글을 대체할 대안이 생긴 것 같다”고 짚었다.

미국은 엄격한 반(反)독점 기조의 나라다. 정부가 구글에 대해 ‘기업 분할’ 카드까지 꺼내며 온라인 검색 시장 내 과도한 지배력을 깨려 한 것은 거대 기업의 독점이 산업 발전과 소비자 이익을 저해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미국의 건국정신에 버금갈 만한 원칙이자 자유 시장경제의 건강성 유지를 위해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미국의 반독점법은 1890년 제정된 셔먼법에서 출발했다. 동종업체의 기업연합(카르텔)이나 기업합동(트러스트)을 형사 처벌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며 근대적 반독점법의 효시로 여겨진다. 1914년엔 클레이튼법이 생겨 형사처벌 범위를 넘어 민사적 규제수단까지 인정하게 됐으며, 같은 해 연방무역위원회법으로 독점행위를 규제할 독립위원회가 설치된다.

5월 워싱턴DC 연방법원 아미트 메흐타 판사가 286쪽짜리 판결문을 통해 “구글의 유통 계약은 일반 검색서비스 시장의 상당 부분을 배제했고 경쟁사의 경쟁 기회를 손상시킨다”며 “구글이 휴대전화와 브라우저에서 유통을 독점했기 때문에 온라인 광고 가격을 꾸준히 인상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는 1982년 전역의 통신산업을 지배하던 공룡 기업을 분할한 바 있다. 전화 통신 대부분을 독점하던 거대 기업 AT&T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해 7개의 지역 벨 운영회사로 쪼갠 것이다. 자국 통신산업의 근간을 바꾼 결정적 순간으로 꼽힌다. AT&T가 사실상 해체되면서 새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했고 소비자 이익 개선과 기술 발전이 이뤄졌다.

다만 1998년 MS 상대의 반독점 소송은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MS가 막강한 윈도 운영체제(OS)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인터넷 익스플로러 브라우저 끼워팔기 한 것을 문제 삼은 소송이었다. 2000년 MS 분할 명령이 내려졌지만 MS가 기술을 공유하고 끼워팔기 관행을 시정하기로 합의해 위기를 면했다. 그때의 주요 판결이 유지됐기에 MS는 신생 인터넷 산업에 지배력을 휘두를 수 없었으며 이런 배경 하에 구글 등 새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평가된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