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드론에 뚫린 이스라엘 ‘아이언 돔’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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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 공격당한 네타냐후… 바이든정부, 사실상 속수무책
트럼프 주선 ‘아브라함 협정’… 이란 고립시켜 안정 추구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20 16:45:49

▲ 헤즈볼라의 드론 공격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자택 일부가 파손된 후 경비가 삼엄해졌다. 연합뉴스

▲ 2020년 '아브라함 합의' 당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왼쪽 두번째) 및 바레인·UAE 외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자택을 향한 무인기(드론) 공격에 대해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이스라엘 방공망의 새로운 위협을 각인시킨 사건이라고 짚었다. 총리 부부는 집에 없어 목숨을 건졌으나 건물이 일부 파손됐다. 13일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자폭 드론으로 이스라엘 북부 빈야미나 군기지에서 골라니 여단 소속 병사 4명 사망 등 65명 사상자가 난 지 6일 만이다.

이스라엘 측에 따르면 이번 드론 역시 레바논 쪽에서 왔으며 총 3대 중 격추를 면한 1대가 텔아비브 북쪽 해안 도시 카이사레아의 네타냐후 자택으로 날아와 인근 건물을 타격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제공망이 뚫려 총리 자택까지 목표물이 됐다는 사실에 이스라엘 사회가 충격을 받았다. 당시 텔아비브 주변 글리로트 군사기지에서 공습경보가 울렸으나 드론이 폭발한 카이사레아에선 아무런 경보도 안 나와 군이 조사에 나섰다.

네타냐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나와 내 아내 암살을 시도한 이란의 대리 세력 헤즈볼라가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이스라엘 국민의 희생이 나오면 반드시 댓가를 치뤄야 할 것”이라며 목소리 높였다. 헤즈볼라 등 이른바 ‘저항의 축’ 뒷배인 이란의 유엔 대표부도 “헤즈볼라가 취한 조치”로 인정했으나 정작 헤즈볼라 측에선 아직 잠잠하다.

이스라엘은 세계 최강의 방공망을 자랑해 온, 그 이름도 유명한 ‘아이언 돔’의 나라다. 그런데 다층 방어 시스템을 가동해 지난 한 해 동안 이란을 중심한 (레바논)헤즈볼라·(팔레스타인)하마스·예멘(후티)·이라크 민병대 등 반(反)미·반이스라엘 연대 세력이 발사한 수천 대의 드론·미사일·로켓을 대부분 요격해 냈으나 최근 이들의 드론 공격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드론이란 열을 덜 방출하며 금속을 많이 사용하지 않은 물체인데다 로켓과 미사일보다 저고도에서 느린 속도로 비행하기에 손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방공망이 드론에 취약하다는 게 6월 세 번째 대도시인 하이파의 중요 시설을 헤즈볼라가 촬영·공개하면서 여실히 드러났다. 헤즈볼라 드론이 이스라엘 상공을 휘젓고 다녔다는 뜻이다. 7월엔 텔아비브 미 대사관 분관을 노린 후티 드론이 근처 아파트에 충돌해 사상자를 냈다(주민 사망 1명·부상 10여 명).

지난달 헤즈볼라의 드론부대 수장 사살 이후 잠잠해진 드론 공격은 다시 늘어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온 드론을 이스라엘군은 로켓·미사일에 비해 부차적 문제로 간주해 왔다며 현재 이스라엘 안보 기관과 민간 기업들이 드론 방어를 위해 자원을 적극 투입 중이라고 현지 당국자의 말을 빌어 전했다.

한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 야히야 신와르 제거 이후에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은 계속됐다. 19일 로이터·AFP 통신이 이스라엘의 이날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야 등 공습 소식을 보도했다. 하마스 언론에 따르면 이날 공격으로 어린이·여성을 포함한 최소 73명이 죽고 수십 명이 다쳤으며 더 많은 사람이 잔해 아래 갇혀 있다.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은 이틀째 통신 두절로 인한 구조작업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상자 규모 확인 중”이라는 이스라엘 측에선 “초기 조사 결과 하마스 측 보도가 과장됐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은 18일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에도 추가 병력을 투입해 공격을 이어갔다. 며칠 전 사망한 하마스 수장 야히야 신와르의 최후 모습이 담긴 전단을 가자지구 남부에 뿌리며 조직원 회유 작업도 벌인다. “무기를 내려놓고 인질들을 돌려보내면 누구든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게 전단 내용이다.

미 대선 결과가 현 상황의 종식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우크라이나와 가자 문제는 다른 수습 방식이 예상된다. 미국에겐 애당초 본질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현대적 의미의 ‘정상 국가(자유민주주의 공화국)’는 사실상 이스라엘뿐으로 그 외엔 이란처럼 신정(神政) 이슬람국가거나 절대왕정 내지 권위주의 체제다. 트럼프가 1기 때 보여준 중동 구상의 원칙이란 이스라엘을 확실히 지키며 이슬람끼리의 분쟁엔 최대한 불개입하는 것이다.

이를 구체화한 것이 2020년 ‘이스라엘-아랍에미리트 협정’이었다. 구약 성서를 공유하며 공통의 조상 아브라함의 후예인 유대교와 이슬람 간에 이뤄져 ‘아브라함 협정’으로도 불린다. 2023년 말까지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외교 관계 수립이 주요 내용이었고 대사관 설치를 앞두는 등 성사 직전이었으나 하마스의 10.7 기습으로 무산됐다.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화해할 경우 대부분의 아랍국가들이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란이 하마스를 활용해 이를 저지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말로 말리는 것 외엔 속수무책인 바이든정부의 입장과 대조적인 게 아브라함 협정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19일 이탈리아 나폴리 주요 7개국(G7)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미국의 로이드 오스틴 장관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베이루트 공격에 대해 “민간인 희생자 수가 너무 많다. 공격을 줄여 민간인들의 귀가를 허용하는 협상으로 상황이 전환되길 바란다”고 말했으나 무의미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