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우등생’ 은행株 외국인 투자자 ‘팔자’에 열흘간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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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16%·신한금융 -12%·하나금융 -9%·우리금융 -7%
외국인 4대 금융지주 6800억 원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 이끌어
환율 상승 및 밸류업 동력 상실이 배경… “非미국 환율 주목해야”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16 10:37:00

▲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13일 KRX 전체지수 중 하락률이 가장 큰 지수는 ‘KRX 300 금융’(-9.62%)였다. ‘KRX 은행’이 –9.24%로 뒤를 이었다. 이 기간 코스피 하락률(-0.23%)을 크게 웃돈다. 한 시민이 서울 한 건물에 설치된 은행 ATM기를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로 꼽히는 은행 업종이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 4대 금융지주는 비상계엄 선포 후 열흘간 10% 이상 급락했다. 외국인이 팔아치운 규모만 7000억 원에 육박했다.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주주환원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게 투자 매력을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직무 정지에 따라 밸류업 정책 동력이 꺾일 수 있다는 점도 악재로 다가온다.

16일 스카이데일리가 16일 한국거래소에서 주가지수 등락률을 확인한 결과 4~13일 KRX 전체지수 중 하락률이 가장 큰 지수는 ‘KRX 300 금융’(-9.62%)으로 집계됐다. 다음은 ‘KRX 은행’으로 하락률이 –9.24%에 달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0.2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종목별로 보면 더 처참하다. 금융 대장주인 KB금융은 13일 8만5000원에 마감하며 3일 종가(10만1200원) 대비 16% 하락했다. 5만 원 웃돌던 신한지주도 12.2% 빠지며 4만9500원으로 밀려났다. 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 하락 폭도 이 기간 각각 –9.5%·7.6%로 컸다. 이들이 연초부터 밸류업 수혜주를 주목받으며 올해 들어 3일까지 11개월간 평균 약 60% 오른 것과 상반된다.

주범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4일부터 13일까지 4대 금융지주에 대해 총 6798억 원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의 코스피·코스닥시장 순매도 전체 실적이 9630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순매도 물량 대부분이 은행주로 쏠린 셈이다. KB금융이 -4330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외국인은 하루(12일)를 제외하고 KB금융을 매일 팔아치웠다. 신한지주는 –1787억 원·하나금융지주 –784억 원 수준이었다. 우리금융지주만 103억 원 사들였다.

▲ 주요 은행주 열흘간 주가 등락률.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이 같은 매도세는 달러 가치 상승에 따라 주주환원 여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우려로 풀이된다. 금융지주는 보통주 자본비율(CET1)을 기반으로 주주환원 재원을 마련하는데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CET1이 하락할 수 있다. 외화 대출 등이 위험가중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KB금융·신한지주는 밸류업 공시를 통해 CET1 13% 초과분을 주주환원하고 하나금융지주는 CET1 13.5% 초과분을 내년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지주는 CET1 11.5~12.5% 시 주주환원율 35%를 목표로 잡았다. 주주환원 여력은 충분하다. 9월 말 현재 CET1는 KB금융 13.85%·하나금융지주 13.17%·신한지주 13.13%·우리금융지주 11.96% 수준이다.

문제는 비상계엄 사태 후 환율이 급등했다는 점이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13일 원/달러 환율은 1433.00원으로 3일(1402.90원) 대비 30.1원 올랐다. 1430원대에 이른 건 2022년 10월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업계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 가격이 10원 하락할 때 KB금융과 신한지주는 CET1이 1bp(1bp=0.01%p) 내려가고 하나금융·우리금융은 3bp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9월 말 원/달러 환율이 1307.8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연말 CET1은 크게 내려갈 것으로 추측된다.

밸류업을 추진하던 현 정부가 탄핵정국에 돌입한 점도 악재다. 국회는 14일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기각·인용 결정까지 투자자는 관망세를 보일 수 있다. 정국 주도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이 배당 확대 등 기존 주주환원보다는 이사 충실 의무 등 상법 개정에 관심이 커 탄핵정국에서 은행주가 소외될 가능성도 크다.

증권가는 비(非)미국 환율 및 밸류업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환율이 안정되고 밸류업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는 믿음이 회복한다면 은행주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1440원까지 상승해 고점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최근 비 미국 국가들의 달러 대비 환율이 하락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비 미국 국가들의 환율이 하락하기 시작해 강달러 추세가 유지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원화 약세가 추가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고 금융주 역시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국내 금융지주가 대외 신인도를 대변한다는 관점에서 밸류업의 차질 없는 이행을 약속하고 있고 금융당국도 밸류업 펀드 추가 집행·외화 유동성 공급도 예정돼 있어 환율 안정과 더불어 주가는 회복 가능한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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