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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8일(현지 시간) “중동에서 위대함을 이룰 진정한 기회를 잡았다”고 말해 주목된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이렇게 쓰며 “모두가 특별한 일을 위해 한마음으로 뭉쳤다”고 밝혔다. 또 “사상 최초의 일” “반드시 해낼 것” 등의 다짐이 이어져 26일 취재진에게 “합의에 매우 가까워졌다”던 공언보다 한층 낙관적인 기대를 드러냈다.
트럼프 정부가 유엔총회 참석 아랍권 국가들에게 가자지구 전후(戰後) 로드맵인 21개항의 평화안을 제시했다는 소식이 25~26일 주요 외신을 탔다. 다만 이스라엘 공격이 이어지고 있으며 26일 시점에 여전히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무장정파인 하마스의 완전 파괴를 이룰 때까지 전쟁 계속’을 선언한 상황이다. 그는 유엔총회에서 “(수도) 예루살렘으로부터 1마일 떨어진 곳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두는 것”을 “9·11테러 뒤 뉴욕시 근처 1마일 지점에 알카에다 국가를 허락하는 것”에 비유했다.
29일 네타냐후와의 백악관 회동이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전날 트럼프가 미 매체 악시오스 인터뷰에서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 성사 시 중동 전체에 위대한 날이 될 것” “중동에서 진정한 평화가 가능해질 최초의 기회”임을 강조했다. 물론 “합의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현실적 난관을 경계한 신중성 발언을 덧붙였다. 트럼프의 이번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평화협상의 막바지 국면에서 사실상 최종 중재자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게 부각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21개 항목의 중재안은 ‘전후 중동 질서의 새 판짜기’ 의도를 담고 있다. 영구적 휴전, 48시간 내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 전원 석방,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가자지구 철수, 하마스를 배제한 새로운 통치기구 설치, 팔레스타인과 아랍국가 병력으로 구성된 공동 보안부대 창설 등이 핵심 내용이다. 다만 ‘하마스 무장 해제’ 조항에 대해 이스라엘은 “더 구속력 강한 문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가자 통치기구 참여에도 반발한다. 서안지구에서 수십년간 전 세계의 지원과 응원을 받으며 무능과 부패를 보여 온 PA에 이스라엘 측 불신감이 크다.
이스라엘에게 하마스 무장 해제란 행정적 문제를 넘어 ‘죽느냐 사느냐’ 문제에 가깝다. 이스라엘은 국가가 특정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 세속적 현대국가이기에 팔레스타인 사람 누구든 이스라엘 국민이 될 수 있다. 현 이스라엘 인구(960만 명)의 21%가 아랍계이며 이 가운데 80~85%가 무슬림 신앙이다. 그러나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인 하마스·(레바논)헤즈볼라·(예멘)후티 등은 이스라엘 국가 멸절을 목표로 천명해 왔다. 따라서 이스라엘에게 양보란 곧 죽음이며 지도에서 사라질 것을 의미한다고 간주된다.
이날 트럼프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가 뉴욕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이견 조율을 시도했으나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은 총리 측근을 인용해 “전쟁 종식 조건을 둘러싸고 트럼프 정부와의 사이에 여전히 상당한 간극이 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또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및 그의 팀과 협의 중이지만 세부 사항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구상에 원칙적 지지를 보내면서도 국내 정치적 압박을 고려한 듯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하마스의 반응은 다소 유연한 편이다. 이날 성명에서 협상 중단 상태임을 인정하면서도 “모든 제안을 책임감 있게 긍정적 검토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국제적 고립을 우려하는 하마스가 협상 참여의 명분을 남겨둔 것으로 해석된다. 미 당국자들은 하마스 측이 트럼프 중재안에 동의할 가능성을 높게 보지만 ‘무장 해제’를 수용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하마스 강경파는 이를 굴욕적 패배로 간주할 수 있어 내부 갈등이 협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선 트럼프가 이번 협상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외교적 동기와 정치적 계산을 분석했다.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워 집권했기에 해외 전쟁 관여는 지지층 이탈을 가져오기 십상이다. 그나마 국제무대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 리더십을 증명해야 상황 악화를 면할 수 있다. 에너지 자립을 이룬 미국이기에 중동의 전략적 의미가 예전과 달라지긴 했지만 특수성은 여전하다. 국내 정치와 불가분의 측면이 강하다는 점이다. 미국 내 유대계의 존재감과 반감이 공존하는 오늘날, 중동 평화 없인 국내 정치도 주도하기 어려운 게 미국 대통령의 현실이다.
트럼프는 첫 임기 시절인 2020년 아브라함협정을 주도해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간 관계 정상화에 성과를 낸 전례가 있다. 하마스 기습에 따른 가자전쟁으로 중단 상태인 아브라함협정 진전은 정권 재창출에 절실하다. ‘중동평화의 조정자’ 이미지 재확인이 국내 정치에 매우 중요한 것이다. 미 중재안 성공엔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등 아랍권 주요 국가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들 모두 전쟁 장기화와 난민으로 인한 역내 불안정 고조를 경계하고 있어 미국 제안에 호응할 여지가 크다. 유럽연합(EU)과 유엔 역시 원칙적으로 ‘즉각 휴전’을 촉구해 왔지만 전후 통치구조 및 안전보장 방안을 제시한 구체안엔 이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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