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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산불 이후 대량 발생하는 피해목이 산지에 방치되면서 병해충 확산과 산사태 위험을 키우고 산업 자원으로 활용할 기회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피해목을 건축재·가구재 등으로 재활용하기 위해 공공 조달 우선구매, 인증제 도입, 가공 인프라 구축 등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신 산림국부론 포럼: 산불 피해목 APEC 활용 및 신사업 전략’에서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법적 지원을 넘어 피해목을 산업 자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오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제도화 논의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목은 단순한 처리 대상이 아니라 국가 자원 안보와 탄소중립 전략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중 코아스 대표는 “현재 피해목의 90%가 발전소에서 단순 연료로 사용돼 산업화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탄화목을 PB·MDF 자재로 가공하면 온실가스 감축과 수입 대체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 조달 우선구매 제도와 피해목 인증제가 마련돼야 산업화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 대표는 “100억 원의 예산만으로도 제재소 설비 개편, 재선충 방제, 가공 체계 구축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연간 3600억 원 규모의 수입 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목을 활용한 가구는 단순한 제품이 아닌 국가 기술력과 탄소 저감 성과를 상징한다”며 “APEC 정상회의 회의용 의자와 테이블에도 피해목을 사용해 한국의 친환경 산업 모델을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창득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은 “피해목은 구조적 강도와 물성이 건전목과 유사해 3년 이내 수확하면 건축재와 가구재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약 10만 헥타르에서 1000만㎥ 규모의 피해목이 발생했으며 이를 단계적으로 활용하면 국내 목재 자급률(18.6%)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피해목을 고부가가치 재료로 전환하면 탄소 저장 효과까지 발생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도 소개됐다. 미국 오리건주는 피해목을 공항 건축 자재로 활용해 친환경 인프라를 구축했고 이를 통해 250만 그루의 재식림 효과를 거뒀다. 일본도 피해목 활용을 국가 탄소 전략과 연계해 법제화한 사례가 있다.
엄 연구관은 “피해목 활용은 단순 복구를 넘어 산업 경쟁력 확보, 지역경제 활성화, 기후변화 대응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토론에서는 제도 개선과 정책 지원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김명길 국립산림과학원 부장은 “피해목 활용은 ESG 정책과 직결되는 만큼 공공 조달에서 우선구매 대상으로 지정하고 지방 공공시설부터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성진 산림청 목재산업과장은 “집하장 확충과 저장시설 구축, 물류 체계 개선 등 수급 관리 시스템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피해목 산업화가 안정적인 공급망을 형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희준 전북대 교수는 “피해목 산업화는 지역 일자리 창출과 산업 생태계 확장으로 이어지고 지역 중소기업 참여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피해목을 단순한 잔해가 아닌 경제 자원으로 인식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공공 조달, 인증제, 세제 지원 등 입법 장치가 마련돼야 피해목이 탄소중립 실현과 목재 자급률 제고, 지역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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