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숙소 앞에 있는 산을 산책하는 중에 남자 두 명이 뒤에 오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청명한 날씨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날인데, 뒤에 있던 한 남성이 “야, 날씨 참 드럽게 맑네. 하늘이 유리알 같아”라고 하니, 옆에 있던 사람이 맞장구를 친다. “그러게, 말야. 엊그제만 해도 드럽게 더웠는데, 벌써 가을 바람이 부네. 누가 뭐라 해도 계절은 어쩔 수가 없나벼”라고 한다.
앞에서 조용히 듣고만 가기에는 그들의 대화가 귀에 자꾸 어정거리며 돌아다닌다. “참나, 날씨가 맑은데, 왜 하필이면 ‘더럽게’ 맑을까?” 하는 생각에 한참을 고민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으로 ‘더럽다(사람들은 주로 [드럽다]로 발음한다)’는 표현을 참으로 많이 한다. 한때 젊은이들은 ‘매우’나 ‘아주’라는 부사 대신에 ‘절라(졸라, 욜라)’라는 말을 많이 썼는데, 나이 먹은 사람들은 ‘[드럽게](더럽게)’를 자주 쓰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은 ‘더럽다’를 이제는 아예 대놓고 ‘[드럽다]’라고 발음하고 있다. 처음에는 장난스럽게 하던 말이었을 텐데, 이제는 새로운 형식의 부사가 하나 만들어진 느낌이다. ‘절라’라는 말은 이제는 거의 사라져가는 말이 되었다. 그런데 ‘더럽게’는 왜 의미 확장이 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이고, 우리말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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