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학생 시위의 교훈이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무너진 공교육 환경, 만성적인 교사 부족, 그리고 정부의 긴축 재정 정책에 따른 교육 예산 삭감에 분노한 고등학생들이 올 9월 중순부터 시위를 시작하면서 촉발됐다.
프랑스는 현재 심각한 재정위기와 국가부채 급증에 시달리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540억 유로(약 81조 원) 규모의 지출 절감을 추진하며 내년도 공교육 예산과 공무원 임금 산정 기준을 대폭 삭감·동결하자 학생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대목은 프랑스 재정위기는 막대한 연금 지출 비중이라는 사실이다. 프랑스의 연금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14% 수준에 달하며, 전체 공공 지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과도한 연금 지출 비중은 낮은 정년과 높은 소득 대체율이 주요 요인이다. 프랑스는 유럽 주요국 중 상대적으로 낮은 은퇴 연령과 높은 연금 소득 대체율(약 74% 수준)을 유지해 왔다. 일부 은퇴자의 평균 소득이 현직 근로 연령대보다 높은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을 정도다.
인구 구조의 악화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1960년에는 연금 수급자 1명당 기여자 수가 4명이었으나, 고령화로 인해 2022년에는 1.7명, 2040년에는 1.5명 수준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와중에 국가부채 및 적자는 계속 커지고 있다. 프랑스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5.1%, 공공부채 비율은 115%~119%를 넘어섰다.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긴축 예산안 추진과 정치·사회적 갈등(대규모 시위 및 총파업)이 반복되고 있는 배경이다.
프랑스발 재정 위기는 쉽게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고금리와 국가채무 이자 부담 증가가 꼽힌다.
재정 부담은 비단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 재정 불안이 커지며 시장에선 2010년대 초 유로존 재정위기를 촉발했던 ‘피그스(PIGS :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국가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우리나라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해 49%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50.6%에 달했다. IMF 외환위기 국면인 1998년 80조4000억 원으로 15%에 그쳤던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50%를 넘어섰다. 당초 ‘심리적 방어선’으로 여겨지던 국가채무 비율 40%를 넘긴 지 6년 만에 10%p 더 늘었다.
GDP 대비 일반정부부채(D2) 비율도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 D2는 D1에 국민연금 등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포함한 수치다. 한국의 D2 비율은 지난해 53.4%로 2020년 대비 5.6% p 상승했다.
다만 정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 이후 국가채무 비율이 50.6%에서 48.3%로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반도체 대호황으로 명목 GDP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채무 규모 자체는 1519조8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00조 원 이상 늘어난다는 점이 변수다.
한국은 유럽 주요국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낮지만, 고령화에 따른 연금·의료 지출 확대와 저성장 대응을 위한 재정 수요 증가가 절실하다. 국가채무와 이자 부담이 빠르게 늘어날 경우 재정 운용 제약이 커질 수 있다. 프랑스 등 유럽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때다.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여야 정치권과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의 포퓰리즘을 경계할 때다. 물론 저출생과 초고령화 시대 연금 개혁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당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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