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복지부)가 국정감사에서 한약사 개설 약국에 대한 일반의약품 공급 거부를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하여 약사들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취급에 대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실천하는 약사회는 19일 복지부가 수십 년째 법정 면허 범위를 벗어난 의약품 취급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태도가 미흡하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약사법에 명시된 면허범위 준수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할 복지부가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며 보건의료 현장의 법적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주장했다.
논란은 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비롯됐다. 복지부는 “한약사 개설 약국이라는 이유만으로 제약사와 도매상이 일반의약품 공급을 일괄 중단·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종근당은 2021년 한약사 개설 약국에 일반의약품을 공급하지 않아 고발당했다. 검찰은 제약사의 공급 거부가 한약사의 면허 외 행위를 유도하지 않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보아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한편 복지부는 지난해 8월 제약바이오협회와 의약품유통협회 등 관련 업계에 “정당한 사유 없이 한약사 개설 약국에 의약품 공급을 거절하지 말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현행 약사법 시행규칙(제44조 제1항 제1호 다목)상 의약품 공급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약국 개설자의 공급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난 9월 전문기자협의회 현안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한약사의 전문의약품과 마약류 등의 조제와 일반의약품 판매는 업무 범위를 위반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계속해서 바뀌는 복지부의 유권해석이 현장에 극심한 혼란을 안기고 있다. 뚜렷한 기준 없이 사안마다 모호한 입장을 내면서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할 정부가 오히려 법적 불확실성과 갈등을 키우고 있다.
약사법 제2조 제2항은 한약사의 면허 범위를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실천하는 약사회는 “비한약제제인 일반의약품까지 무분별하게 유통 ·취급되도록 사실상 방임하고 있다”면서 “약사법 입법 목적과 명백하게 상충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한한약사회 등 한약사업계는 현행 약사법 상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가 위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약사법 제50조 제3항에는 약국 개설자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약국 개설 권한이 있는 한약사 역시 일반약 판매 권한을 법적으로 인정받는다는 논리다.
한편 복지부가 자가주사제 원외처방 원칙을 강화하면서도 민간 플랫폼을 통한 비만치료제 ‘셀프 처방’에는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이중 행정 논란도 함께 제기됐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환자가 진료 전 비만치료제의 종류와 용량을 직접 선택하는 신청 건수가 68만 건을 넘은 것이 드러났다.
실천하는 약사회는 “복지부가 한쪽에서는 원외처방 원칙과 수사의뢰를 강조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전문의약품 오남용 위험이 큰 민간 플랫폼의 영업 방식에 대해 명확히 규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천하는 약사회는 복지부에 “약사와 한약사 면허범위와 업무기준을 명확히 하라”면서 “민간 플랫폼의 영리적 유인 구조가 국민건강을 침해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자기부정과 책임 회피를 즉각 중단하고 약사법에 따른 면허범위를 확립해 국민 건강과 의약품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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