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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許)씨’들 중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양천허씨 후손들은 서울 요지에 두 채의 빌딩을 소유했다. 대표단체격인 양천허씨중앙종회(이하·중앙종회)가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계파 중 한 곳인 양천허씨협천공파종중(이하·협천공파)는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 각각 빌딩 한 채 씩을 보유 중이다. 이들 두 빌딩의 총 가치는 100억원을 웃돈다.
2015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허씨는 총 32만6770명이다. 이들 중 서울 강서·양천구 일대를 본관으로 하는 양천허씨 인구는 14만9505명이다. 양천허씨를 대표하는 인물로는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과 ‘홍길동전’ 허균 등이 대표적이다. ‘농구대통령’ 허재 농구국가대표팀 감독과 월드컵 사상 첫 원전 16강을 이끈 허정무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등도 양천허씨 후손이다.
강동구청역 인근 60억 빌딩, 망우역 인근 47.5억 빌딩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중앙종회는 서울 강동구 성내동 소재 양천허씨회관 빌딩을 소유 중이다. 이 빌딩은 지하철 8호선 강동구청역 3번출구에서 직선으로 300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1996년 4월 완공된 빌딩은 522.6㎡(약 158평) 규모 대지 위에 지하 1층·지상 5층 구조로 지어졌다. 연면적은 1582.91㎡(약 479평)이다.
중앙종회는 이 빌딩을 지난 1999년 4월 경매를 통해 낙찰 받았다. 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는 “강동구청역 인근 성내동의 시세는 3.3㎡(약 1평)당 3800만원 수준이다”면서 “이를 감안하면 해당 빌딩의 전체가치는 60억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협천공파의 빌딩은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 위치했다. 경춘선·경의중앙선 환승역인 망우역 1번 출구에서 직선거리로 600미터 남짓 떨어져 있다 협천공파는 1992년 5월 완공된 이곳 빌딩을 1997년 9월 매입했다. 지하 1층 지상 5층 구조로 돼 있으며 대지면적 522.6㎡(약 158평), 연면적 833㎡(약 252평) 등의 규모다. 이해리 이사는 “빌딩의 3.3㎡당 가격은 약 3000만원 수준으로 빌딩의 전체가격은 47억4000만원이다”고 설명했다.
서울 양천구가 본관…허준·허균·허재·허정무 등 문중이 낳은 인물들
우리나라 모든 허씨의 시조는 가야 김수로왕의 비(妃) 허황옥(許黃玉)이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따르면 허황옥은 본래 인도 아유타국(阿踰陀國)의 공주로 16세 때 배를 타고 오늘날 경남 창원 웅둥면 앞바다에 오게 됐다. 이후 김수로왕의 영접을 받고 왕후가 됐다.
두 사람은 슬하에 아들 10명을 뒀다. 허황옥이 자기 성이 이어지기를 왕에게 간청하자 김수로왕은 불가에 귀의한 일곱 아들을 제외한 세 아들 중 왕위를 게승한 김거등을 제외한 두 아들에게 허씨 성을 쓰게 했다. 532년 가야가 신라에 흡수되면서 자손들은 흩어지게 됐고 고려초기 각 허씨들은 거주지에 따라 김해·양천·하양 등의 본관을 갖게 됐다.
허씨들 중 가장 인구가 많은 양천허씨 시조는 허선문(許宣文)이다. 김수로왕과 허황옥의 30대손이다. 그는 오늘날의 가양동에 위치한 ‘공암촌(孔巖村)’에서 거주했다. 많은 양곡을 비축했던 허선문은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정벌할 때 군량이 부족하자 이를 보급해 주게 되며 인연을 맺었다.
이후 그는 고려로부터 말과 식량 등을 제공한 공을 인정받아 ‘공암촌주’에 임명됐다. 1310년 공암이 양천현(陽川縣)으로 지명이 바뀌면서 ‘양천허씨(陽川許氏)’로 불리게 됐다. 양천허씨들은 조선시대에 이르러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허준·허균을 비롯해 허균의 누이 허난설헌과 허목 등이 있다.
허준은 1590년 훗날 왕위에 오르는 광해군의 두창을 치료하고 임진왜란 중에는 선조의 곁을 지켜 전쟁 직후 호성공신 3등에 제수됐다. 1596년에는 천연두를 앓던 광해군을 고쳐 종2품 가의대부에 올랐으며 선조가 세상을 떠난 뒤 광해군의 어의가 돼 총애를 받았다. 1610년 16년의 연구 끝에 총 25권의 방대한 의학백과사전 동의보감을 완성했다. 이 책은 지난 2009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허균(許筠)과 허난설헌(許蘭雪軒) 남매는 예술분야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다. 허균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집필한 인물이다. 그의 여동생 허난설헌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여류시인으로 황진이·신사임당 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한 인물로 유명하다. 숙종 때 우의정에 올랐던 남인의 영수 허목(許穆)도 양천허씨다. 그는 학문·문장·그림·서예에 뛰어났으며 송시열(宋時烈)과 쌍벽을 이뤘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늘날에도 허씨들은 예체능분야서 다수의 인재를 배출했다. 선수시절 ‘농구천재’, ‘농구대통령’ 등으로 불리며 한국 농구계를 주름잡았던 허재 국가대표팀 감독과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원정 첫 승, 첫 16강의 신화를 이룩한 허정무 감독 등은 모두 양천허씨 후손이다.
만화가 허영만도 양천허씨다. 허영만은 1974년 소년한국도서 제2회 신인만화공모 ‘집을 찾아서’로 데뷔했다. 이후 현재까지 40년 넘게 현업에서 활동하며 ‘각시탈’, ‘날아라 슈퍼보드’ 등으로 인기 만화가로 이름을 떨쳤다. ‘비트’, ‘타짜’, ‘식객’ 등 드라마·영화 등으로 각색된 종전의 히트작들도 모두 그의 작품이다.
[이경엽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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