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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뛰는 기술, 기는 법 (下-자율주행 배송로봇·디지털 포렌식)
낡은 규제와 충돌하는 신기술… ‘지체현상’에 경쟁력 실추
규제 혁신 방향타는 맞지만… 속도 더뎌 성과 한계 봉착
K-자율주행로봇, 美·中·日 등 주요국에 밀려… 지원 절실
포렌식 정보 찾아도… 까다로운 법에 ‘무결성’ 입증 난항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06 00:05:00
▲산업 단지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
특별취재팀=김준구 팀장|김기찬·이건혁 기자
] 신기술의 등장은 기존 산업 패러다임 내에서 작용하던 규제와 충돌하기 일쑤다. 기술은 한참 앞서고 있는데 혁신 기술이 테두리 밖으로 뻗어나가는 것을 기존 규제와 법이 막고 있다. 법령·제도가 기술 발전에 도리어 걸림돌과 장애가 되는 이른바 ‘규제지체 현상’이다. 특히 IT(정보통신)·보안 기술은 산업 변화 속도가 빠른 데 비해 규제가 이를 따라오지 못해 현실 적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규제 혁신의 방향은 잘 잡았지만,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1월1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규제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규제혁신 체감도가 낮다(45.5%)는 반응과 더딘 추진속도(27.3%)라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규제 혁신제도가 눈에 띄는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다.
 
언제 쯤이면 로봇이 집 앞 배달할까… 규제에 사업화 지연
 
윤석열정부는 출범 이후 현재까지 전기차·드론·로봇·바이오헬스·반도체 등 융·복합 IT 신산업에 대한 규제 혁파 기조를 줄곧 유지해왔다. 하지만더딘 법 개정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시대 급변하는 신기술 사업화에 속도가 나지 않아 글로벌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현실이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글로벌 경기둔화가 본격화되면서 수출·투자 부진 등 어려움이 심화함에 따라 국내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신성장 4.0 전략’을 발표했다. 
 
주요 산업을 중심으로 30개 이상의 투자·지원 계획 일정을 세우고 올 한 해 동안 경기 활력을 제고하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서 주요 산업으로는 단연 AI(인공지능) 기술에 방점이 찍혔다. AI를 활용한 자율주행로봇 배달, 드론 배달 등이 주요 물류 기술혁신으로 꼽혔다.
 
▲2일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을 찾은 시민들이 자율주행 로봇 ‘로보타닉’의 안내를 받으며 식물원을 둘러보고 있다. (이종원 대기자)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자율주행로봇이 우리집 앞으로 배달을 오기까지는 상당 시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을 만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로봇이 이동할 근거가 되는 법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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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율주행로봇은 인도에서 주행할 수 없는 ‘차량’으로 분류된다. 또한 로봇에 부착된 카메라는 사물 인식 용도이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는 등의 문제도 있다.
 
이는 주요 선진국이 자율주행배달 사업화·상용화로 로봇 업계에 대한 선제적 지원에 나선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우선 미국은 20여 개 주에서 자율주행 로봇 배달 서비스를 허가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무인 배송로봇 ‘샤오만뤼’ 500대를 배달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4월 도로교통법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을 공표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자율주행 배송로봇을 ‘원격조작형 소형차’로 정의하는 등의 내용이다. 이에 힘입어 라쿠텐·파나소닉·세이유 등 3개 기업이 로봇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편 LG전자·KT·두산로보틱스 등 로봇업계는 지난달 21일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주재로 개최된 ‘첨단로봇 전략 얼라이언스 킥오프 회의’에서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 사업이 규제로 인해 지연되는 문제가 있다며 조속한 규제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장 차관은 이달 중으로 로봇업계 수요를 반영한 ‘로봇 규제혁신 로드맵 2.0’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각종 규제로 국내 시장형성이 장애가 되지 않도록 선제적 규제개선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해외 주요 국가에서 이미 상용화·사업화 근거를 마련하고 나선 것과 비교하면 글로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를 떨쳐내기 힘들어 보인다.
 
디지털 포렌식, 정보 더 찾을 수 있어도 ‘증거’ 되기는 ‘하늘의 별따기’
 
인터넷상에 남아 있는 각종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디지털포렌식’ 기술도 법정 증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지만, 까다로운 법 조항 때문에 수사에 제약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휴대전화·컴퓨터·폐쇄회로(CC)TV·블랙박스 등 저장매체에 저장된 무형의 데이터는 지문·서류 등 증거물과는 달리 실물이 존재하지 않고 쉽게 복제나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법정에 제출되기까지 변경 및 훼손이 없었다는 ‘무결성(integrity)’이 입증돼야 한다. 따라서 고도로 숙련된 디지털 포렌식 수사관에 의한 적법한 분석 절차를 거쳐야 증거물로 인정된다.
 
▲인터넷상에 남아 있는 각종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범죄단서를 찾는 ‘디지털포렌식’ 기술도 법정 증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지만, 까다로운 법 조항 때문에 수사에 제약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디지털 포렌식은 수사뿐 아니라 기업 감사 등 다방면에서 활용되기 때문에 그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관련 규제가 까다롭고 신기술에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규제 지체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무결성 입증 과정에서 증거의 적법성을 따지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정확한 증거를 찾았다 할지라도 실제 법정에서 기각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예컨대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가 법이 규정하는 수준 이상의 정보 분석 능력을 가져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음에도 법이 규정하는 일정 수준을 벗어난 정보 수집의 경우에는 ‘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 등 법에 가로막혀 증거로 채택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디지털 포렌식 교육 관계자는 “데이터 복구와 달리 디지털 포렌식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데 법이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 답답함을 많이 느낀다”며 “심지어 IoT(사물인터넷) 장비·클라우드 등 신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법 조항이 아직 마련돼 있지도 않은 데다 개정도 느리고 수사 보장 제도 등 체계도 확립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만약 이러한 신기술을 사용하는 장비로부터 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수집했을 때 어떠한 법률 기준으로 무결성을 따질지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는 국내법의 경우 눈에 보이는 데이터만 증거로서 활용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재현 가능한 증거에 대해서만 증거로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데이터 은폐 기술 중 하나인 ‘스테가노그래피’를 찾아내 증거로 활용하는 것이 그 예다. 스테가노그래피는 숨기려는 기밀 정보를 파일·메시지·비디오 등 데이터에 삽입하는 은닉법이다.
 
이에 보안 업계 전문가는 “이같은 비휘발성 데이터 외에도 휘발성 데이터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지만, 대부분 증거로 활용할 수 없다”며 “더 문제인 점은 이같은 부분들이 법률 항목에 명확하게 표기돼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전문가는 “모든 사항들이 법정에서 판사나 변호사에 따라 모든 판단이 갈릴 수 있겠다”고 전제하면서도 “디지털 포렌식 수사로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내고 증거로 활용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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