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도 맑은 날도 ‘제주도’ 차분하게 고요하게 신비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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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더 빛나는 제주 오름과 산정호수 그리고 숲길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7-01 16:08:55

▲ 사려니숲길은 비자림로에서 출발해 물찻오름과 사려니 오름을 거쳐 가는 통로로 삼나무 숲길을 이룬다. 제주관광공사 제공

전국적으로 장마가 예고된 가운데 여행 짐을 싸는 손길이 조금 주춤거리는 추세다. 이럴 때를 대비해 한국에는 제주도가 있다.

제주도는 육지와 달라서 장마가 시작되면 비구름이 한라산을 넘지 못한 채 섬 언저리를 떠돌게 된다. 장마철 제주도는 안개와 구름 세상이 되며, 말랐던 오름 꼭대기에는 빗물이 고여 산정호수를 이룬다.

그래서 일부러 장마에 맞춰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도 있다. 이맘때 더 아름답고 풍성해지는 제주도 명소를 찾아가 보자.

신령스러운 산 ‘물영아리오름’

▲ 물영아리오름 산정은 아무리 가물어도 늘 물이 고여 있는데 장마철이 되면 물의 양이 더욱 늘어난다. 제주관광공사 제공

신령스러운 산이란 뜻의 ‘영아리’에 ‘물’이 붙은 것은 산꼭대기 분화구가 습지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물영아리오름은 수망리 중잣성 생태 탐방로와 연계되어 있어 평소에도 훌륭한 트래킹 코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잣성은 제주도의 전통적인 목축 문화 유물로 목초지에 쌓아 올린 경계용 돌담을 뜻한다.

물영아리 습지를 만나려면 잣성을 지나 소 떼가 방목되어 풀을 뜯고 있는 목장 둘레를 반 바퀴 돌아야 한다. 오름의 정상에 있는 분화구는 퇴적된 습지 퇴적층으로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 역할을 한다.

▲ 잣성은 제주도의 전통적인 목축 문화 유물로 목초지에 쌓아 올린 경계용 돌담이다. 임유이 기자

물영아리오름 산정은 아무리 가물어도 늘 물이 고여 있는데 장마철이 되면 물의 양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자욱한 안개가 호수를 휘감아 더욱 신령스러운 장소가 된다. 물영아리 오름은 2006년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어 국제적인 보호를 받고 있다.

찰박찰박 트래킹 ‘사라오름’

▲ 비가 많이 올 때는 데크까지 물이 차오르므로 사라오름에서는 샌들에 반바지를 착용하는 게 좋다. 제주관광공사 제공

한라산 백록담 동록, 성판악 등반코스 남측에 자리한 사라오름(1324m)은 제주도에서 가장 높은 표고의 산정 화구호이다. 지리적으로 서귀포시 남원읍과 제주시 조천읍 양쪽에 걸쳐져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접시 모양으로 움푹 파인 꼭대기는 비가 오지 않으면 마른 땅으로 존재하지만 비가 오면 둘레 250m의 호수로 변신한다. 그래서 장마철에 이곳을 찾으면 분화구 가득 물이 찬 신비로운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비가 많이 올 때는 데크까지 물이 차오르므로 샌들에 반바지를 착용하는 게 좋다. 긴바지·운동화는 맑은 날에 양보하자.

사라오름은 겨울에 찾아도 좋은 곳이다. 제주에 비가 내리면 이곳에는 영락없이 눈이 내린다. 1100고지 설경도 아름답지만 더 위쪽에 자리한 1300m 사라오름 정상은 더더욱 깊은 순백으로 빛난다. 여행 비수기인 장마철·겨울철에 더욱 아름다워지는 사라오름이다.

신성한 땅으로 진입하는 ‘사려니숲길’

▲ 비 오는 날 사려니숲길을 걸으면 삼나무 향기에 폭 둘러싸이는 상쾌함을 누릴 수 있다. 제주관광공사 제공

사려니숲길은 비자림로에서 출발해 물찻오름과 사려니 오름을 거쳐 가는 통로로 삼나무 숲길이다. ‘사려니’는 ‘신성한 숲’ 혹은 ‘실 따위를 흩어지지 않게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비 오는 날 이 길을 걷노라면 삼나무 향기에 폭 둘러싸이는 상쾌함을 누릴 수 있다. 안개에 휩싸인 삼나무 숲 저편으로 졸참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 편백나무도 서식하고 있어 온갖 생물의 숨은 서식처가 되어준다. 오소리·제주족제비·팔색조·참매·쇠살모사는 사려니숲을 보금자리 삼아 살아가는 동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