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표 사퇴시한 예외규정 의결… 이재명 꽃길 열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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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한 사유’ 땐 당대표 사퇴 시한 조정
李, 연임 후 지선 지휘하고 대선 향할 듯
野서도 쓴소리… “위인설관에 여론 악화”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10 12:39:31

▲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대권에 도전하는 당대표 사퇴 시한에 예외 규정을 두도록 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전격 의결했다. 이재명 대표가 연임 후 지방선거까지 지휘한 뒤 이를 바탕으로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최고위원의 대선 출마 시 사퇴 시한을 ‘대선 전 1년까지’로 규정한 기존 당헌 25조 2항은 존치하되 (지방선거 준비 등)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시한을 달리할 수 있다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이 최고위에서 통과됐다”고 전했다.

올해 8월 선출되는 민주당 새 지도부 임기는 2026년 8월까지다. 이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연임한다 해도 2026년 3월까지 당대표에서 사퇴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12일 당무위·17일 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되면 이 대표는 2026년 6월 지방선거까지 당대표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이 대표는 당내 대선 주도권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방선거까지 지휘한 뒤 대선을 준비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직자가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되면 사무총장이 그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한 당헌 80조 폐지하기로 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검찰 독재 정권 하에서 이 대표·야당 의원들에 대한 무리한 수사·기소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맞춤형 당헌당규 개정’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여당에서는 ‘이재명 유신 독재’ 등 강도 높은 성토가 쏟아졌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자신의 SNS에서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땐 당대표 사퇴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조항은 자신들(민주당)이 ‘이재명당’임을 실토한 것이다.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라며 “당헌당규는 공당의 헌법인데 세상 어느 나라 헌법에 ‘상당한 사유’라는 자의적이고 모호한 규정을 두나. 차라리 ‘이재명 마음대로 한다’고 솔직한 편이 낫겠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같은 날 SNS에서 “정당 헌법을 권력자 입맛대로 뜯어고쳐 당권대권 분리 및 기소 시 직무 정지라는 민주적·윤리적 규정을 무력화하고 당원권 강화가 시대적 요구라며 ‘개딸’ 당원권을 강화하는 건 이재명 독재를 위한 수단”이라며 “총선에 압승한 민주당이 이재명 유신 독재로 타락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박지원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헌당규 개정은 구태여 추진할 필요가 있느냐. 차라리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반대한다”고 했다. 이유로는 “그러한 위인설관(爲人設官‧특정인을 위해 불필요한 벼슬을 만듦)식으로 무리한 당헌 개정을 하면 국민들로부터 더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의 현 권력 주소를 “이시황제(이재명+시황제)”로 표현했다.

여론도 이 대표 연임에 부정적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7~29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부적절’은 49%였다. ‘적절(39%)’보다 10%p 더 많았다.

오주한 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