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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도 아닌데 참으로 부고장이 많이 날아온다. 그만큼 어른들이 많은 세상이다. 곁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유명을 달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시청 앞에서 한 번에 9명이 희생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옛말에 ‘문지방 너머가 저승’이라고 하더니 빈말이 아니었다. 지난 주에 가까운 제자의 남편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제자는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확실히 저승은 문지방 너머에 있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저승’이라는 말은 ‘저쪽의 삶(피생·彼生)’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이승도 마찬가지로 ‘이쪽의 삶(차생·次生)’에서 유래한 말이다. 즉 삶의 현장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바뀐 것을 말한다. 우리말에서 ‘생(生)’이 ‘승’에서 바뀐 예가 있다. ‘짐승’이라는 단어도 원래는 ‘중생(衆生)’에서 유래했다.
‘중생(衆生) > 즘생 > 짐승’으로 변한 것이다. 이와 같이 ‘이승’이나 ‘저승’은 한자어 ‘생(生)’에서 나온 말로 ‘다른 세상의 삶’을 ‘저승’이라고 이른다. 저승과 같은 말로 음부(陰府)·명부(冥府)·유명(幽明) 등이 있다. 흔히 말하는 극락과 지옥(혹은 천당과 지옥)은 저승의 하위개념이다. 즉 장미라는 꽃 중 백장미·흑장미·노랑장미가 하위개념인 것과 같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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