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이를 악물었다. 올림픽을 위해 구슬땀을 흘려야만 했다. 장미란처럼 되고 싶다던 박혜정(21․고양시청)에겐 두가지 목표가 있었다. 첫째 암 투병중인 어머니가 조금만 더 사시길 바랐다. 둘째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서 어머니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어머니에게 남은 시간은 짧았다. 1년만 더 사시길 바랐던 딸은 병세가 악화되자 "몇 개월만 더"를 되뇌었다. 올림픽 준비에 한창이던 4월 어느날 어머니 남현희씨는 오랜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 장례를 치른 딸은 파리 올림픽 준비에 전념했다.
어머니를 가슴에 품고 올림픽에 나선 박혜정이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박혜정은 11일 밤(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6에서 열린 올림픽 역도 여자 81㎏ 이상급에서 인상 한국신기록(131㎏)을 세우며 은메달을 따냈다. 박혜정은 용상에서 180㎏을 들어서 합계 299㎏을 기록해 중국 리원원(309㎏)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은메달을 목에 건 박혜정은 “용상 경기에서 부상 부위가 아팠다”면서 “인상에서도 중심이 흔들려 팔꿈치를 다쳤다”고 털어놓았다. 취재진이 용상 한국신기록에 대해서 묻자 박혜정은 “(기분이)짜릿했다”며 웃었다. “은메달을 따서 기분이 좋다”던 박혜정은 “(금메달을 못 따서)애국가를 못 울렸지만 태극기를 올리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워밍업하면서도 엄마가 생각났다”던 박혜정은 “하늘에서 (엄마가)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응원하는 걸 알고 있다”면서 “엄마가 같이 (역기를)들어줬다고 생각하며 시합을 잘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큰 산을 하나 넘었다던 박혜정은 4년 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언급했다. “국위 선양할 수 있도록, 오늘은 과거가 됐으니 미래를, 앞만 보면서 잘 해내겠다.”
박혜정이 목에 건 은메달에 힘입어 한국은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 32개를 수확했다. 한국은 금메달 13개(은 9․동 10)로 영국(금14․은 22․동29)에 이어 8위를 차지했다. 한국 선수단은 21개 종목 144명이 출전하면서 금메달 5개를 목표로 삼았지만 양궁과 사격․펜싱․태권도에서 금메달이 쏟아지면서 예상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올렸다.
신들린 듯 활을 쏘았던 김우진(청주시청)과 임시현(한국체대)은 양궁 3관왕을 차지했고 사격 반효진(대구체고)은 통산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펜싱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은 사브르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파리에서 황금똥을 밟는 꿈을 꿨다던 장재근 국가대표선수촌장은 “개막 100일 전까지만 해도 금메달 5개 목표는 아주 객관적인 수치였다”면서 “내부에서 예측한 금메달 최대치는 8개로 올라갔지만 13개나 나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고 설명했다.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개최국 미국(금 40․은 44․동 42)은 파리 올림픽 마지막 경기인 여자 농구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중국(금 40․은 27․동 24)을 가까스로 제치고 종합 1위를 뺏었다. 일본은 금메달 20개(은 12․동 13)로 3위를 차지했다. 이상준 기자·파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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