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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태양 폭풍이 지구를 강타하며 전 세계적인 재난 사태를 몰고 온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시나리오 작가 데이비드 켑의 재난소설 ‘오로라’가 출간됐다.
‘재난(disaster)’은 그리스어로 ‘별(aster)’이 ‘없는(dis)’ 상태를 의미한다. 망망대해에서 별을 보고 방향을 읽어내던 사람들에게 별이 없는 밤하늘은 고립이나 죽음을 의미한다.
‘오로라’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긴박한 서사가 특징이다. 태양에서 발생한 강력한 지자기 폭풍이 지구의 전력망을 무너뜨리면서 한순간에 전 세계를 암흑 속으로 몰아넣고 현대 문명은 순식간에 마비된다. 사람들은 비극적인 사건의 한복판에서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싸운다.
‘오로라’는 다양한 인물들이 직면한 생존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현대 사회의 취약성을 탐구한다. 시카고 대학교의 태양 과학자 노먼 레비 교수와 NOAA의 태양 활동 연구원 페리 세인트 존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해결책을 찾으려 애쓰지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싱글맘 오브리는 전력망이 붕괴한 상황에서 아들과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경주한다.
데이비드 켑은 강렬한 스릴과 서스펜스를 통해 현대 사회가 얼마나 전기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구의 87%가 전기에 의존해 살아가는 현실에서 우리는 전기 없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소설에서 전기(power)는 단순한 동력의 의미를 넘어 권력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정전 사태는 전기(power)가 끊긴 상태를 말하지만 혼돈의 시기, 새로운 권력(power)의 등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발명된 전기가 인간을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경고는 우리가 오래 잊고 살았던 진실을 일깨운다.
저자인 데이비드 켑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고립된 시간 속에서 이웃들과 나누었던 교감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창작했다. 코로나는 호흡기 감염질환이면서 이 소설의 재난을 이해하는 중요한 천문학 용어이기도 하다.
작가는 글로벌 현상에 대한 탐구를 통해 작은 공동체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뭉치고 흩어지는지를 보여준다.
한편 데이비드 켑은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쥬라기 공원’ ‘미션 임파스블’ ‘스파이더 맨’ ‘워 오브 더 월드’ 등의 시나리오를 썼다.
‘오로라’는 그의 두 번째 소설로 처음부터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집필했다. 빠른 전개와 탄탄한 구성 그리고 개성 있는 인물들이 펼치는 매력적인 에피소드는 큰 흥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번역은 2023년 제11회 제주 4.3평화문학상을 수상한 임재희 작가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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