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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보수와 진보… 오도(誤導)된 개념
현재 우리나라 국민 모두에게 가장 익숙한 상대개념 가운데 하나가 보수와 진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 개념은 완전히 잘못 설정되어 있다. 진보란 말은 ‘좋은 상태로 변해 나가는 것’(연세한국어사전) 등 미래를 향해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좋은 이미지의 용어이다. 그러므로 일반 국민이 진보 세력을 생각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사전에 나오는 ‘진보’의 개념에 기반한 것이다.
그러므로 보수·진보라는 개념의 프레임엔 분명 문제가 있다. ‘진보’의 반대말은 ‘보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보의 반대말은 퇴보이며 반동(反動)이다.
보수는 현 체제를 긍정하고 이의 유지·발전을 바라는 온건 개혁 성향을 말하며, 진보를 거부하는 퇴보(반동) 세력이 아니다. 보수는 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발전과 개혁을 계속해야 하는데, 진보를 거부하는 것으로 개념화시킨 것은 잘못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보수 세력이 과거로 퇴보하고자 하는 세력이라면 어떻게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겠는가.
퇴보(반동) 세력이란 현 체제에 심한 불만을 가지고 과거로 회귀하려는 세력을 말한다. 현재의 대한민국 체제에 극심한 실망을 느끼고 과거 군부 체제나 조선왕조 체제로 되돌아가려 하거나 혹은 문명이 싫어 원시사회로 되돌아가려는 세력이 있다면 이들이 퇴보·반동 세력이라 할 수 있다.
이른바 진보 세력은 보수가 진보를 거부하는 세력이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수구(守舊) 세력·수구파’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 이들은 “보수는 옛것에 집착하고 새로운 변화를 싫어하니까 수구 아니냐”고 주장한다.
‘수구’는 조선 말 친일 개혁파가 온건파를 폄훼하기 위해 만든 용어
‘수구 세력’이란 용어는 김옥균·박영효 등 친일 급진개혁파가 1884년 갑신정변을 일으킬 당시 집권 세력인 김홍집 등 친청(親淸·친 청나라) 온건개혁파를 비난하면서 사용한 것이다. 이는 쿠데타의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었다. 김옥균·박영효 등 친일 개혁파는 자신들을 ‘개화당·독립당’이라 하고, 김홍집 등 친청 온건개혁파를 가리켜 ‘사대당·수구당’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즉 친일파가 친청파를 ‘사대당’이라고 비난하고, 급진개혁파가 온건개혁파를 ‘수구당’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김옥균 등 급진개혁파는 급기야는 일본 군대를 동원해 이른바 ‘수구파’를 제거하기 위해 갑신정변을 일으켰다. 즉 수구 논란은 개화파 관료 내부의 노선 갈등에서 빚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수구’라는 용어에는 자신들의 정적인 온건 개혁 세력을 비난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온건 개혁 세력을 단지 그들이 급진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개혁을 부정하고 과거로 되돌아가려는 세력으로 폄훼했기 때문이다. 진보 세력이 보수 세력을 향해 ‘수구’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보수 세력을 퇴보 세력으로 이미지화하기 위한 것이지 실제 보수 세력이 퇴보를 지향하는 세력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듯 보수가 진보를 거부하는 퇴보 세력으로 규정된 현재 대한민국의 ‘보수·진보’의 개념은 근본부터 잘못된 것이다. 그럼에도 좌익의 전략이 적중하여 우리 사회에는 진보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긍정적으로 심어져 있고, 보수는 부정적으로 이미지화 되어 있다.
왜 굳이 구분해서 대립시키는가
보수와 진보를 굳이 분류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 구별하여 사상 대립을 시키는 걸까. 국민의힘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외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하여 실시한 사상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삼분의 일이 진보, 삼분의 일이이 중도, 삼분의 일이 보수 세력으로 구성돼 있다.
국민이 생각하는 ‘보수와 진보’ 개념에는 뚜렷한 실체가 있을까. 이명박정부 시절 한 월간지가 실시한 ‘한국의 보수 세력’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스로의 사상 성향을 ‘보수’라고 응답한 국민은 절반 이상이 이명박정부를 보수 정권(57.3%)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사상 성향을 ‘진보’라고 밝힌 응답자들의 절반에 다소 못 미치는 비율(44.5%)이 이명박정부를 진보 정권이라고 답했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은 개인에 따라 보수·진보 개념을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보수와 진보 개념은 국민의 사상을 그룹화하는 데도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진보 세력은 극단적 좌익 세력과 일부 좌경 세력이 대한민국을 부정할 뿐 대부분은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세력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진보 세력은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세력으로서 보수 세력과의 사상적 차이가 크지 않다.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한 서로 간 사상적 특성이 조금 다르더라도 충분히 화합하고 상생할 수 있다. 모두가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동반자이다.
이른바 보수네 진보네 구분하여 자신은 선이고 타자는 악이라는 대립적 개념을 가지고 갈등하는 것은 매우 소모적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생전에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보수는 ‘힘센 사람이 좀 마음대로 하자, 경쟁서 이긴 사람에게 거의 모든 보상을 주자, 적자생존 철저히 적용하자, 약육강식이 우주 섭리 아니냐’는 쪽에 가깝다”고 정의했다. 한편 진보는 ‘더불어 살자’ 쪽이라면서 “인간은 어차피 사회를 이루어 살도록 만들어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진보와 보수의 개념, 즉 ‘진보는 선이고, 보수는 악이다’라는 도식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보수와 진보의 개념은 처음부터 잘못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서는 뻑 하면 진보는 좌파고, 좌파는 빨갱이라고 하는데 이는 한국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은 암적인 존재다”고 보수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후 “합리적 보수, 따뜻한 보수, 별놈의 보수를 다 갖다 놔도 보수는 결국 ‘바꾸지 말자’다”고 주장했다. 이 말에 대해 보수층에서는 ‘보수’를 모독하는 언사라는 비판이 들끓었다.
이러한 보수와 진보 개념은 서로 간에 상처를 주고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국민들 간에 분열과 갈등을 낳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이다. 이제 진보·보수 간의 논쟁을 접고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대한민국 세력으로 뭉쳐서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반(反)대한민국 세력, 즉 좌익 세력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결코 화합할 수 없는 두 개의 진보 세력
진보 세력 안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허물고 사회주의·공산주의 체제로 변혁하려는 좌익 세력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향하지만 진보라는 말에 속아 잘못 들어간 국민이 혼재하고 있다.
즉, 진보 그룹 내에는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대한민국 세력과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반(反)대한민국 세력이 뒤섞여 있는 것이다. 문제는 두 그룹 중 사회주의 세력이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인권탄압·폐쇄적 민족주의·세습 왕조 체제 등 퇴보적인 북한 체제로 통일을 지향하는 그룹도 있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 대한민국을 붕괴시키고 가난과 인권탄압의 북한 체제, 사회주의 체제로의 통일을 꿈꾸는 그들을 어떻게 진보 세력이라 할 수 있겠는가.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
△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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