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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총선(현지시간 23일)을 열흘 남짓 앞둔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녹색당 총리 후보로 나선 로베르트 하베크 부총리·경제기후보호장관을 향해 비속어 섞인 트윗을 올렸다. 머스크는 9일 우파 인플루언서 나오미 자이프트의 엑스(X·옛 트위터) 포스팅을 리트윗하며 “와, 뭐 이런 디크(dick·남성 성기)같은 녀석이 있냐!”고 적었다. 해당 글에서 자이프트는 하베크가 머스크 비하 광고 영상을 만들어 “진정한 자유로운 언론” 옹호를 주장했다며 “폭군의 사전에서 ‘진정한 자유로운 언론’이란 어떻게 정의되나” 되묻고 있다.
작년 12월27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제20대 연방의회 해산과 2개월 후 조기 총선 실시를 발표했다. 의회의 올라프 숄츠 총리 불신임에 따른 조치였다. 당시 숄츠 총리가 스스로 발의한 신임안이 부결(찬성 207표, 반대 394표, 기권 116표)되면서 3당 연립정부가 무너졌다. 2021년 총선을 통해 구성된 사회민주당(SPD)·자유민주당(FDP)·녹색당 간의 이른바 ‘신호등 연정’ 내부 갈등이 2025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논쟁으로 정점을 찍었다. 숄츠가 FDP 소속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을 해임하자 FDP 다른 장관들까지 사임한 것이다.
독일인 청년 인플루언서 자이프트(엑스 구독자 37만)는 하베크 장관이 800건 넘게 ‘혐오(발언) 범죄’ 혐의로 시민들을 고소해 놓고 표현의 자유를 지킨다며 머스크를 깎아내린다고 꼬집었다. 협박·비방 글 작성자 처벌을 요구한 고소 건수가 작년 11월 기준 하베크(805건), 같은 당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무장관(513건)이 1·2위이며 두 사람을 합하면 전체 각료들 고소 건수의 93％라고 현지 매체 포쿠스가 보도했다. 하베크 측은 합의금을 받아 자선단체에 전부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베크 장관은 논문 표절 시비에도 휘말렸다. 오스트리아의 미디어 연구자인 슈테판 베버가 작년 8월 2001년 함부르크대 박사학위 논문(‘문학의 본성: 문학미학의 장르이론적 논증에 관하여’)이 의심스럽다며 구체적 폭로를 예고했었다. 하베크는 대학 측에 검증을 요청해 부정행위가 없었음을 확인받았다고 10일 밝혔으나 위신 추락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일명 ‘표절 사냥꾼’ 베버는 2021년 총선 때도 녹색당 총리 후보였던 베어보크의 저서(‘지금-우리나라를 새롭게 바꿀 방안’에 표절 의혹을 제기해 3위를 달리던 당 지지율(14.8%)을 반토막냈다.
서유럽 정치권을 향한 외부의 목소리로 머스크의 비판만큼 강력한 게 없다. 머스크는 작년 11월 하베크 장관이 총리 후보 출마를 선언하자 엑스에 “바보”라고 놀렸으며, 앞서 SPD 소속 숄츠 총리와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에게 각각 “바보” “반민주적 폭군”이라고 독설을 날렸다. ‘내정 간섭’ 논란 속에서도 머스크는 베를린에 대규모 전기차 공장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사업가로서 기업환경 개선을 위해 발언할 권리가 있다며 떳떳한 입장이다.
지난달 독일 내 테슬라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59% 급감했음에도 머스크는 거침없다. 같은달 그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며 영국개혁당을 공개 지지하면서 현지 시장에서 테슬라는 중국 업체 비야디(比亞迪·BYD)에 최초 추월 당했다(월 판매량 기준). 10일(현지시간) 영국자동차공업협회(SMMT)에 따르면 지난달 영국에서 비야디 1614대, 테슬라 1458대가 팔려 작년 1월에 비해 비야디와 테슬러 판매량이 각각 ‘6배 증가’ ‘8% 감소’로 나타났다.
연방제 국가 독일은 4년마다 직접선거에 의한 하원, 각 주정부 대표로 된 상원(임기 없음) 양원제를 가졌다. 대통령이 국가 원수지만 실권은 총리에게 있으며 대통령이 정당들과 상의해 총리 후보 1명을 정한 후 의회 표결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어 총리를 선출한다. 따라서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 다른 정당들과 연합해 연립정부를 꾸릴 수밖에 없다. 현 내각은 16년 재직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물러나면서 2021년 9월 치러진 총선의 결과였다.
주의회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그 주의 상원 의석을 모두 차지하고 연정 구성 시 득표율에 따라 내각 자리가 나눠진다. 각주는 최소 3명의 상원 의석을 가지며 인구에 따라 최대 6석까지 배분된다. 총선(연방 하원 선거)에서 시민들이 1인2표 즉 지역구 후보와 지지 정당에 투표해 각 선거구 최다 득표자 299명, 나머지 299명이 비례 원칙에 따라 정당별 명부에 오른 순서대로 뽑힌다. 정당 득표율이 5% 미만이거나 세 개 지역구 이상에서 승리하지 못한 정당은 의석 배분에서 제외된다.
보통선거를 실시하는 전 세계 국가들 중 독일 의석수가 가장 많다(현재 598석). 인구 8450만을 감안해도 많은 편이다. 2017년엔 이보다 111석 많은 709석으로 역대 최다였으며 2021년 총선에선 당선자 예상자가 800명에 육박해 축소 법안이 통과됐다. 일반적인 비례대표제와 달리 정당 득표율을 총 의석수에까지 적용하는 보정 의석 제도(2013년 도입)로 의회 몸집을 너무 불렸다고 평가된다.
예를 들어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석을 12석씩 총 24석을 할당받은 베를린에서 투표 결과 4개 정당 득표율이 모두 동일한 25%일 경우 정당별로 6석을 가져간다. 지역구 후보 투표에서 특정 정당 지역구 당선자가 8명이면 두 개 의석을 더 갖게 된다. 보정의석제엔 새로운 정당의 진입장벽을 낮추며 사표를 막는 순기능이 있으나, 고비용일 뿐 아니라 선거때마다 의석수 변동으로 관리도 힘들다. 선거법 개정 역시 독일 정치권의 숙제지만 엇갈린 정당별 이해관계 때문에 합의가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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