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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이오’는 2020년 ‘차이나 게이트’ 의혹과 2023년 온라인 여론 조작 논란 때 화제가 되었던 문구다.
‘개인’이란 사회나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사적 자유와 권리, 자율성을 지닌 존재를 말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말이 아니어서 이런 말을 사용했던 댓글러는 중국인으로 의심받았다.
중국에서는 반공 조직에 접속하면 즉각 조사를 받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나는 반공 조직과 전혀 무관한 개인이다. 이건 실수로 접속한 것이다”라는 의도로 ‘나는 개인이오’ 댓글을 남긴다고 한다. 즉 자신이 개인임을 강조하는 것은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이라는 방증이 된다.
‘개인’과 비슷한 말로 ‘자연인’이 있다. ‘자연인’이란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연적 생활체로서의 인간을 뜻한다. 때론 TV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자연 친화적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멕시코의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신작 ‘프랑켄슈타인’을 들고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토로 감독은 ‘프랑켄슈타인’을 소개하면서 “나와 아버지의 관계를 담은 우화적인 작품이다. 메리 셸리의 원작 소설에 나의 자전적인 부분이 녹아들었다”고 했다.
아울러 “아버지가 되고 나서야 내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해가 깊어질수록 영화는 점점 더 개인적인 프로젝트가 됐다”고 덧붙였다.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셸리가 1818년 출간한 동명의 고딕 소설을 원전으로 한다. 괴짜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시체를 조합하여 인간의 모습을 한 생명체를 만들어내는데 그는 자신이 창조한 괴물의 흉측한 모습에 충격을 받고 도망쳐 버린다. 자신을 창조한 아버지(빅터)에게 버림받고 사회로부터도 외면받게 된 괴물은 복수를 다짐하는데….
‘버림받은 자식’은 온갖 신화·전설·민담에 등장하는 단골 캐릭터다. 말하자면 인류가 지닌 원형적인 심상이라는 것인데 우리나라에도 바리데기 설화 등에 등장한다.
독립적인 생존이 불가능한 아이에게 최고의 불행은 부모에게 버려지는 것이다. 보호와 양육을 감당해야 할 사람으로부터 버려졌다는 것은 죽어도 상관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뜻이다. 버려진 아이는 사회에서도 냉대받기 일쑤다. 부모조차 방기한 인생을 누가 거두어 살뜰하게 보살피겠나.
버려진 아이는 흑화하여 사회에 적대적인 인물이 되기 일쑤다. 프랑켄슈타인처럼 말이다. 아버지를 향한 복수심이 사회를 향하고 종내는 자기 자신을 겨누게 된다.
그렇다면 아버지는 왜 자식을 버리는 걸까. 문학 작품 속에서는 불길한 신체적 특성을 타고난 아이를 저주받았다고 생각해 내다 버리는 경우가 많다. 프랑켄슈타인이 대표적인 예다.
아들을 원했는데 딸이 태어났다고 해서 버리기도 한다. 바리데기가 그렇다. 여섯 번째까지는 참았던 오구대왕은 길대부인이 일곱 번째도 딸을 낳자 크게 실망하여 딸을 버리게 된다. 자기를 버린 부모에게 복수는 당연한 일이건만 바리공주는 도리어 병든 부모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그리고 그들을 살린다.
사실 부모가 자식을 버리는 데는 구체적인 이유가 있을 수 없다. 모든 부모는 자식을 버린다. 그것은 개인의 삶에서 자식을 분리시키는 형태로 나타난다. 시기만 다를 뿐 이 일은 언제고 일어나게 돼 있다.
자식 입장에서 보면 자신을 전적으로 믿어주지 않는 부모에게 배반감을 느낀 나머지 버림받았다는 감정을 가질 수 있다. 이 일 역시 당연한 일이다. 불신은 인간의 디폴트 값이다.
진화 과정에서 인간은 생존의 방편으로 불신을 체득했다. 믿는 도끼는 99.99%의 확률로 발등을 찍기 때문이다. 계약이라는 사회 제도가 필요한 것도 인간이 근본적으로 서로를 믿지 못하는 존재여서다.
‘버려진 자식’이 인류의 원형적 심상이라면 ‘살부의식’ 역시 인간의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심리라고 할 수 있다. 아들 세대는 아버지 세대의 권위와 낡은 관습을 버림으로써 과거를 혁명적으로 극복하고자 한다.
임제 선사의 ‘살불살조살부살모’는 인간의 보편적 존경 대상인 부처(신)와 조사(스승), 부모까지 죽임으로 권위와 전통을 벗어버리라는 가르침을 준다.
여기서 토로 감독의 말 “아버지가 되고 나서야 내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해가 깊어질수록 영화는 점점 더 개인적인 프로젝트가 됐다”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자.
이 말은 토로 감독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충분히 우리의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며 자기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아버지를 인간적으로 이해할 때 그리고 자신에 대해 객관적이 될 때 사람들은 ‘철들었다’고 한다. ‘철들자 노망’이라는 말은 그만큼 철들기가 어려우며 시간이 오래 걸림을 뜻한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자신의 작품은 모두 자기 경험의 고백”이라고 했다. 인간은 개인의 삶을 초점화함으로 예술적 성취를 이루며 모든 예술 작품은 인간의 정신적 성장 수준을 드러낸다. 예술은 개인으로부터 출발한다. 나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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