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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세 번째 정상회담을 열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양 정상은 또한 양국이 직면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당국 간 협의체를 신설하고, 2009년 이후 중단됐던 한·일 과학기술협력위원회를 16년 만에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부산 벡스코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긴장 완화 및 신뢰 구축 노력을 설명하고 일본의 협력을 요청했다”며 “양 정상은 이에 공감하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지향적 협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며 “양국 간 의미 있는 협력 성과를 쌓아간다면 현안 대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셔틀외교를 정착시켜 한국과 일본이 시도 때도 없이 오가며 공동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며 셔틀외교의 제도화를 역설했다.
이시바 총리도 화답했다. 그는 “부산은 조선통신사가 일본으로 출발하던 곳으로, 활발한 인적 교류를 상징한다”며 “양국이 엄중한 환경 속에서도 공동의 이익을 찾아 협력해 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 저출산·고령화, 수도권 집중, 농업 및 에너지 자급률 문제 등 양국이 직면한 사회적 과제에 대한 지혜와 경험 공유 필요성도 논의됐다.
특히 이시바 총리는 정상회담에 앞서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에 있는 고(故) 이수현 씨의 묘소를 참배했다. 이 씨는 2001년 일본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한국인 유학생이다. 현직 일본 총리가 이수현 씨 묘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시바 총리는 “남을 위해 목숨을 던진 숭고한 뜻과 사랑에 존경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한·일 사이에 어떤 관계가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 첫 회담, 8월 도쿄 회담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이었다. 한 달여 만의 짧은 간격으로 회담이 이어진 것은 셔틀외교의 본격적 정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이 대통령은 “양국은 물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사회·경제·문화·안보 측면에서도 가까워져야 한다”며 “셔틀외교를 새로운 한·일관계의 주춧돌로 삼자”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 역시 “오늘이 제 마지막 외교 일정”이라고 언급하며, 10월 퇴임을 앞둔 상황에서 이번 회담의 의미를 특별히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님과의 정상회담으로 제 임기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어 뜻깊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는 단순한 외교 수사가 아니라, 차기 일본 지도부에도 한·일관계 협력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양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한·일 공통 사회문제 대응 협의체를 공동 발표하고, 한·일 과학기술협력위원회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과학기술 협력위는 2009년 이후 열리지 못했지만, 기후변화·에너지·첨단산업 등 글로벌 아젠다가 부상하는 상황에서 협력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이는 외교·안보 중심이었던 양국 관계가 사회·기술 분야로까지 확대되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회담은 부산 해운대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약 1시간16분 동안 진행됐으며, 이후 만찬과 친교 행사도 이어졌다. 만찬 자리에서는 이시바 총리의 고향 돗토리현 향토음식과 부산의 특산물을 결합한 메뉴가 제공되며 양 정상의 친밀한 분위기를 돋웠다.
한편, 김혜경 여사는 갑작스러운 이석증 증세로 이날 회담에 동행하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밤 어지럼증 증세로 검사 결과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이석증)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이시바 총리의 부인 요시코 여사는 “쾌유를 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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