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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설치법이 시행되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1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자동 면직된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1일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임기가 법으로 보장돼 있었음에도 ‘정무직 불승계 조항’으로 임기가 강제 단축됐다며 가처분 신청까지 함께 냈다.
이 전 위원장은 법률 부칙 4조가 전 방통위 직원의 방미통위 승계를 규정하면서도 “정무직은 제외한다”고 명시한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당초 내년 8월까지 법적으로 보장된 임기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며, 이는 평등권·행복추구권·공무담임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률 대리인인 임무영 변호사와 함께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청구서를 제출한 그는 기자들과 만나 “특정 기관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기관을 없애는 방식의 ‘위인폐관(爲人廢官)’을 합헌이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전 위원장 측은 해당 법률이 방통위의 실질적 기능에는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오직 자신 한 사람을 자리에서 몰아내기 위한 ‘처분적 입법’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입법부가 행정부의 권한인 임면권을 직접 행사해 개인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삼권분립 원칙 위배라는 논리도 내세웠다.
그는 또 새 법률이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심의하는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규정한 데 대해 “선진국 가운데 심의위원장을 공무원으로 두는 사례는 없다”며, 정부 입맛에 맞춘 ‘맞춤식 심의’로 흐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과천청사 마지막 퇴근길이었던 지난달 30일 이 전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대한민국의 법치는 오늘 죽었다”며 “마음에 안 들면 잘라내는 첫 번째 사례가 만들어졌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방통위를 방미통위로 바꿔서 사람을 잘라낼 수 있다면, 앞으로 어느 정부든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여성가족부 장관도 마음에 안 들면 없애버릴 수 있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에 오르며 남긴 “굿바이 앤 씨유(Good bye and see you)”라는 작별 인사는 그가 준비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듯했다.
한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은 지난달 27일 국회를 통과해 이날 1일 공포·시행되면서 방통위를 대체했다. 위원장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 교섭단체가 5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7인 체제로 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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