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욱 훈련사가 출연했던 KBS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에는 짖음과 입질, 공격성 등 반려견의 문제행동으로 고민하는 보호자들이 등장했다. 이런 문제를 펫보험으로도 해결할 수는 없을까.
보험연구원은 12일 발간한 ‘생애 초기 사회화와 펫보험의 역할’ 보고서에서 현행 펫보험이 반려견의 생애 초기 행동문제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반려동물 양육 포기를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병원비보다 행동문제에 있지만, 국내 펫보험은 여전히 질병과 상해 치료비 보장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은 문제행동이 양육 포기뿐 아니라 보험 가입과 계약 유지, 손해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자 중 17.9%가 양육 포기나 파양을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물건 훼손과 짖음 등 행동문제’가 42.7%로 가장 많았다. ‘예상보다 많은 지출’(35.2%)과 ‘예상보다 많은 시간 소요’(25.7%), ‘질병 및 사고’(23.7%)가 뒤를 이었다.
반려동물 양육의 어려움이 반드시 질병이나 치료비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통계다. 특히 어린 반려견의 짖음과 입질, 공격성 등은 보호자와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장기적인 양육 의사까지 흔들 수 있다.
구조견 통계에서도 행동문제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보험연구원이 2023~2025년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등록된 구조견 22만3921마리를 분석한 결과, 29.9%가 안락사로 종결됐다. 발견 당시 4세 미만인 개체가 77.9%를 차지했으며, 특히 1세와 2~3세 구간의 안락사율은 각각 36.5%, 35.5%에 달했다.
행동 특성에 따른 차이는 더욱 뚜렷했다. 믹스견의 행동 관찰기록을 분석한 결과, 공격성이 기록된 개체의 안락사율은 65.3%, 경계심이 강하거나 겁이 많다고 기록된 개체는 56.1%였다. 이는 질병이나 부상이 기록된 개체의 안락사율 40.7%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구조견 자료만으로 실제 유기 원인을 확인하거나 행동문제가 안락사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보험연구원은 이 같은 결과가 질병이나 나이 못지않게 사람과 안정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지가 반려견의 양육과 입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현재 펫보험이 이러한 생애 초기 위험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주요 펫보험은 슬개골 탈구와 암, 심장질환 등 질병 치료비 보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어린 반려견을 키우는 보호자는 짖음과 입질, 물건 파손 등 일상적인 행동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치료비를 보상하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거나 개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려견의 행동으로 발생한 사고를 보상하는 보험은 이미 있다.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해보험사는 펫보험에 배상책임 특약을 운영한다. 반려견이 사람을 물거나 다른 반려동물에게 상해를 입혀 보호자에게 법률상 배상책임이 발생하면 약관에 따라 손해를 보상한다. 또 별도의 펫보험이 없어도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에 가입했다면 보상받을 수 있다. 다만 사고 경위와 약관, 면책 사유에 따라 보상 여부와 범위는 달라진다.
그러나 배상책임 특약은 사고가 발생한 이후의 손해를 보상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짖음과 입질, 공격성 등을 개선하기 위한 훈련비나 행동교정 비용은 일반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고 자체를 예방하고 보호자의 양육 부담을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는 보험사의 수익성과도 맞닿아 있다. 보험사는 상대적으로 질병 위험이 낮은 어린 반려견을 가입자로 확보하고 계약을 장기간 유지할수록 사업비를 회수하기 유리하다. 그러나 행동문제로 보호자가 양육을 포기하면 보험계약도 조기에 종료될 수 있다. 이 경우 보험사는 계약 체결에 투입한 사업비를 충분히 회수하지 못하고 장기적인 보험료 수입도 잃게 된다. 아울러 반려견의 공격적인 행동이 사람이나 다른 동물에게 피해를 주면 배상책임 사고가 발생해 보험금 지급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결국 행동문제는 보호자의 양육 부담뿐 아니라 보험사의 계약 유지율과 손해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이 된다.
보험연구원은 펫보험이 질병이나 사고 발생 이후 보험금을 지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행동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관리하는 역할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전문 훈련기관과 제휴해 사회화 교육과 행동교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교육에 참여한 가입자에게 보험료 일부를 환급하거나 갱신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계약을 장기간 유지한 고객의 자기부담금을 낮추는 방안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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