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칼럼] 한국일보 단독보도 왜 내내 찜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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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회담의 야합 가능성 보여 준 ‘창조적 오보’
탄핵 공포증의 尹과 사법 리스크의 明은 공생?
자칭 특사 함성득·임혁백부터 고소해야 의혹 풀려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5-14 06:31:00

지금도 미스터리다. 9일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끝내 풀지 못한 궁금증이 두 개다. 우선 부정선거 문제로, 그날 어떤 기자도 그걸 따져 묻지 않았다. 서로 간에 모르쇠로 일관한 기자와 대통령 모두가 무책임했다는 걸 지적한다. 또 하나가 윤석열·이재명 영수회담을 다룬 7일 자 한국일보 단독보도 문제다. 이 역시 누구도 묻지 않았고 대통령도 입을 꽉 다물었다.

물론 보도 직후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은 “비선은 없었다”고 공식 부인까지 했지만 따져볼 게 수두룩하다. 양쪽의 그런 부인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자칭 특사 함성득·임혁백 두 교수를 대상으로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고소했어야 옳다. 무엇보다 둘이 한국일보에서 떠들어댄 영수회담 내용이 너무도 구체적이다. 그리고 섬뜩하다. 둘 사이 야합 가능성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그게 윤석열정부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으니 더욱 신경 쓰인다. 영수회담에서 협치를 넘어서 이재명과의 공치(共治·공동통치) 얘기까지 나왔다는 보도가 문제다. 그건 자유 우파에 큰 상처를 줬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품고 있는 탄핵 공포증 때문에 국민이 준 권력을 민주당에 바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이는 게 자연스럽다.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심각한 정치적 배신행위다.

오죽했으면 국민의힘에서 “보수 진영 궤멸시킨 윤석열은 탈당하라”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을까.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그날 영수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이재명에게 ①국무총리 인사 추천 ②이 대표와 핫라인 구축 ③여·야·정협의체 구성 등 3가지 제안을 먼저 했다. 구체적으로 총리 인사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보수 지지층을 고려해 중도 성향 인사를 추천해 달라”고 언급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재명의 특사 임혁백에 따르면 이재명은 그 제안에 시큰둥했다. “국정 기조 전환에 상응하는 신뢰 회복 조치가 있어야 협조할 수 있다”고 받아친 것이다. 그날은 이재명이 단연 갑이었다. 뒤바뀐 권력 관계가 한눈에 들어오는 대목이다. 이어진 대화에서 윤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서 이재명에 불편한 인사를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에서 배제하겠다고 했다.

설마 싶고, 상식으로 있을 수 없는 포괄적 양보다. 그러자 교활한 이재명은 “경쟁은 많을수록 좋다”면서 배짱을 보이며 총선에서 맞붙었던 원희룡에 대해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책임을 질 인물”은 안 된다며 콕 찍어서 배제시켰다. 윤 대통령이 무릎을 꿇고 들어갔는데 이재명이 더 굽히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자기 뜻까지 관철한 모양새다.

나이브한 윤석열이 철두철미 농락당한 꼴이다. 본인의 정치 감각이 떨어진다면 참모는 대체 뭘 조언했단 말인가? 준비 소홀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게 윤 정부의 실체인가? 정말 국민적 의혹은 “국정 기조를 바꾸라”는 이재명의 한결같은 주문이었다. 그건 이른바 검찰 독재 체제를 바꾸라는 얘기이고, 이재명·조국 사법 처리를 하지 말라는 공갈 협박에 다름 아니다.

중대 범죄 피의자인 정치적 조폭 이재명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을 상대로 “내 죄를 묻지 말아 달라”고 한 정치적 거래로도 볼 수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 수사는 결국 문재인정부에서 시작된 것 아니냐”고 어물어물하는 걸로 그쳤다. “그건 내 소관이 아닌 사법당국의 영역이다”고 딱 부러지게 원칙을 천명하지 못한 것이다.

외려 윤 대통령은 주춤거리며 “영수회담이 쭉 이어져 더 자주 만난다면 골프 회동도 하고, 부부동반 모임도 하자”면서 거듭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한국일보 보도대로라면 모양새 빠지는 건 물론 있을 수 없는 정치적 밀약이 맞다. 참고로 그날 한국일보 기사의 한 제목이 이러했다. ‘그들은 서로가 필요했다’. 헐, 정말 그런 건가?

윤석열의 탄핵 공포증과 이재명의 감방에 들어갈 두려움을 서로 엿 바꿔 먹은 게 영수회담의 핵심이란 말인가? 물론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9일 기자회견은 나름 훌륭했다. 그날 대통령은 단호했다. 이른바 채상병특검법 그리고 김건희여사특검 등과 관련해 몸을 낮췄지만 원칙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는 데 성공했다.

협치란 명분도 있고 해서 한두 개 정도는 야당에 던져 줬지만 남은 임기 중 국정 기조를 바꾸는 일은 결코 없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그럼 영수회담 야합 의혹 모두가 가신 것인가? 그건 아니다. 기자회견 이후가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다. ‘창조적 오보’를 한 한국일보 단독보도를 아직은 뭐라 예단할 수 없다. 당분간 더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참에 두 가지를 주문한다. 국민을 꽉 믿고 윤 대통령이 탄핵 트라우마를 떨쳐 내는 게 우선이다. 그런 사즉생의 각오만이 남은 임기를 보장해 줄 수 있다. 그리고 비서실을 능력자로 채워 자신의 부족한 대목을 보완하길 바란다. 그러려면 ‘용산의 구멍’인 정무수석 홍철호부터 자르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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