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법 정신 되살리고 실천 다짐하는 제헌절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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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독립국 중 산업화·민주화 성취 유일 국가
빈부격차 비롯 여러 유형 사회적 갈등도 분출
분권과 협치 위한 정당·국회 개혁 여론 높아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17 00:02:02

17일은 제76주년 제헌절이다. 1948년 5월10일 총선거에서 임기 2년의 제헌 국회의원을 뽑아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했고, 그 헌법에 따라 정부를 구성했다. 국민의 기본권리 보장을 헌법 첫머리에서 밝혔다. 반만년 역사에 주권 재민·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를 천명한 첫걸음이다.

제헌 정신에 기반해 대한민국은 세계인이 경탄하는 압축성장을 이루어 왔다. 서구 선진국에서 200년 이상 이룩한 것을 몇 배 빠른 속도로 성취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신생독립국 가운데 대한민국처럼 순식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한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대한민국은 234개국 중 경제력 10위권·국방력 6위의 선진국에 진입했다. 아프리카 55개국을 더한 국내총생산(GDP)이 1조7500억 달러인데 대한민국은 1조8200억 달러다. 아프리카 면적의 120의 1에 불과하지만 경제적으로 부강한 국가를 이룩했다. 경제발전과 민주화에 성공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자긍심이 높아졌다. 대한민국이 2021년 7월 유엔에 의해 선진국으로 인정되면서 세계 속에 더욱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인권신장 및 언론 자유는 물론 국민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영위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 가능성도 확대됐다.

그러나 고도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작지 않다. 빈부격차를 비롯한 여러 유형의 사회적 갈등이 분출하고 있다. 이를 감수하고라도 압축성장이 필요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제는 그 부작용들을 정리해야 할 시점이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고, 제3세계 국가들의 민주화와 경제발전의 롤 모델로서 대한민국이 해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정치 개혁이 긴요하다. 과거 유신 시절이나 제5공화국 당시에 비하면 대통령의 권한이 크게 완화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삼권 균형 측면에서 본다면 공천 개입 등을 통해 국회에 대한 영향력이 막대할 뿐만 아니라, 사법부 수장들에 대한 임명권을 갖고 있음으로 인해 사법부에 대한 우위를 보이는 등 대통령의 권한은 여전히 제왕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 밖에도 남남갈등이 지역 갈등에서 이념 및 진영 갈등으로 바뀌어 계속되고 있는 문제점 등도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정당과 국회 개혁은 더 미룰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 국회는 반(反)정치·반(反)국민의 상징이 됐다. 모든 여론조사 특히 청소년대상 조사(2024.01.22 한국교육개발원 발표 ‘2023년 교육정책인식조사·중고생 1만3862명 대상 ‘직업별 신뢰도 조사’)에서 10개 직업군 가운데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신뢰도 최하위를 차지했다. 이른바 선진국이라면서 부끄러운 기록이다.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운 정치가 뿌리내려야 한다. 이와 맞물려 있는 것이 늘 말만 앞서고 실행은 없는 분권과 협치라고 할 수 있다. 진영 논리와 여야의 극단적 대립 속에서 분권과 협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화 이전의 집회·시위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구태의연한 집회·시위도 이제는 민주국가의 틀에 맞춰서 새롭게 변모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건국 과정과 헌법이라는 그릇에 담긴 본래 정신이 정치의 출발선인 국회에서 얼마나 살아 움직이느냐가 ‘나라 건강’을 측정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정통성이 정치의 장(場)·시민의 장에서 살아 숨 쉬어야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자주독립 국가 완성·자유 복지 민주주의사회 구현·민족 통일 달성을 통해 구현된다.

제헌절의 의미는 헌법 정신을 되살리고 실천하자는 다짐의 날이라는 데 있다. 여야는 제헌 정신을 본받고 교훈 삼아 실천하기를 바란다. 정쟁을 접고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치로 바로 서기를 기대한다. 자유민주주의와 국리민복을 위해 노력하는 정치만이 국민 신뢰를 얻고 미래를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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