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800선도 위태롭자 짐싸는 투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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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이후 4% 넘게 하락하며 830선 무너져… 거래량·거래대금도 최저치
상위종목인 이차전지 주가 부진과 개인투자자 美증시로 이탈한 게 배경
트럼프 재집권 및 내수 침체는 부담 요인… “코스닥 순환매 시간 더 필요”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21 11:19:00

▲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성장주 중심의 중소형 기업으로 구성된 코스닥 지수는 19일 828.72에 장을 마감하며 지난해 말(866.57) 대비 4.37% 하락했다.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코스닥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가 올해 들어 5% 이상 상승하는 동안 코스닥은 되려 4% 넘게 하락했다. 코스닥 상승세를 주도하던 이차전지 종목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 개인투자자들마저 미국 증시로 발길을 돌린 까닭이다. 내부 침체 등의 여파로 실적 기대감도 크지 않아 증권가에서는 코스닥 반등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성장주 중심의 중소형 기업으로 구성된 코스닥 지수는 19일 828.72에 장을 마감하며 지난해 말(866.57) 대비 4.37% 하락했다. 17일부터 3거래일 연속 820선 마감이다. 52주 최고가를 세운 지난해 7월26일(956.40)과 비교해서는 13.35% 빠졌다.

이는 올 들어 5.28% 상승한 코스피 지수와 대조적이다. 2600선에서 한 해를 시작한 코스피는 1월 말 2400선까지 하락했으나 기업 밸류업 기대 등에 힘입어 2월부터 2500·2600·2700·2800선을 연달아 돌파했다. 11일에는 장중 2896.43을 기록하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코스닥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8일 기준 7월 코스닥 하루평균 거래량은 8억690만 주로 2019년 9월(8억166만 주) 이후 가장 적었다. 3월까지 10조 원을 웃돌던 일평균 거래대금도 4월 8조 원 후반대를 급감하더니 이달에는 8조264억 원까지 밀려났다. ‘빚투’를 나타내는 신용거래융자도 9조578억 원으로 한 달 만에 2000억 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코스닥이 부진에 빠진 것은 시가총액 상위군에 포진한 이차전지 주가가 꺾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총 1위인 에코프로비엠은 전기차 업황 악화로 19일 기준 연초 이후 67.3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의 하락 폭도 22.49%(5분의 1 액면분할 반영)에 달했다. 두 기업의 시총은 연초 코스닥 전체 1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컸다. 여기에 시총 3위였던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과 합병하면서 상장폐지를 하고 4위였던 앨엔에프가 코스피로 이전상장을 하면서 코스닥 투자 매력도는 더 떨어졌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임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린 점도 한몫했다. 개인투자자는 코스닥 거래대금에서 80.26%(지난해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8일 기준 905억8322만 달러(약 125조8563억 원)로 지난해 말(680억2349만 달러) 대비 220억 달러 이상 불어났다. 반면 개인투자자의 올해 코스닥 일평균거래대금은 15조550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조5474억 원)보다 1조 원가량 감소했다.

문제는 코스닥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집권이 가장 큰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비판하며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대선에서 승리해 전기차 보조금을 폐기할 경우 전기차·배터리 수요를 위축시켜 이차전지 종목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내수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점도 악재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내수기업의 기업심리지수(CBSI)는 96.5p로 1년 전(100.5p)보다 4p 감소했다. 수출기업 CBSI가 같은 기간 86.1p에서 99.0p로 13p가량 오른 것도 대조적이다. 이렇다 보니 실적 기대감도 크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서 산출한 코스닥 기업 59곳의 2024년 연간 실적 전망치는 연초만 해도 5조1932억 원이었으나 17일 현재 3조9645억 원으로 급감했다. 하향 폭만 23.7%에 달한다.

하반기 금리인하 기대로 미국 중소형주 러셀2000 지수가 18일까지 이달 들어 8.45% 상승하며 반등에 성공했으나 이 같은 열기가 코스닥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 전망이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중소형주의 강세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코스닥에 대한 순환매가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강화되고 있는 건 코스닥의 코스피 대비 상대 강도에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시장 금리의 추가적인 레벨 다운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계기가 뚜렷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코스닥은 글로벌 증시는 물론 코스피와도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되는 이중 디커플링에 빠져 있다”며 “간과하지 말아야 할 건 내수 부진 현상인데 수출과 내수 간 차별화 현상이 코스닥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중 디커플링 현상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대외 불확실성 해소도 중요하지만 내수 회복세 조기 가시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