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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해 미국이 컨트롤하는 그림을 원한다. 이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팔레스타인 주민이 아니라 가자지구의 지정학적 가치와 그에 따른 항구적인 해법이다.
부동산 사업가인 트럼프다운 발상이지만 난제 중 난제인 팔레스타인 문제의 항구적인 해법으로는 가히 빼어난 선택이다. 사실 가자지구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손에 맡겨둔다면 이제까지처럼 하마스류의 테러 저항조직이 끝없이 생성되리라는 것은 거의 불보듯 뻔한 일이다.
아직 발표는 안했지만 트럼프는 북한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북한도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꿔놓지 않는 한 두고두고 미국에게 몸 안의 가시와 같은 존재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트럼프는 궁극적으로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친미내지 적어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북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북핵 문제는 이같이 변화된 평양의 위상에 종속된 변수이고 비핵화가 우선이 아니다. 겉으로는 비핵화가 우선인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북한이 미국의 반중노선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가 핵심이다.
북한이 미‧중 간 대결구도에서 미국 쪽에 붙거나 적어도 그 중간에 서게 된다면 북한이 핵을 갖는 문제 또한 그 변화에 상응해 일부 혹은 전부를 적절한 당근과 맞바꾸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전제 아래라면 한국 문제, 그중에서도 탄핵 심판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트럼프의 선택 역시 아마도 이런 큰 그림을 위한 종속 변수일 것으로 보인다. 평양이 워싱턴과 이전보다 훨씬 가까운 사이로 변할 수만 있다면 서울은 이 격렬한 변화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야말로 한국 정부에 관한 트럼프의 생각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나머지는 그저 비즈니스 차원에서 한국이 미국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김정은이 이런 구상에 대해 어떤 응답을 하느냐에 따라 트럼프는 윤 대통령 문제에 어떤 방식으로 대처할지를 결정하지 않을까 본다. 뜬금없이 그것도 지속적으로 김정은과 자기가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를 트럼프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 응답을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김정은으로부터 당분간 응답이 없을 경우에도 트럼프는 그같은 그림에 가장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방향으로 윤 대통령 문제 혹은 한국 문제를 결정할 것이다.
진실로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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