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안전장비가 건설현장의 재해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지만, 실제 도입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철도공단이 조사한 철도 건설현장 가운데 스마트 안전장비를 도입한 곳은 3곳 중 1곳에 그쳤다. 올해 들어 이들 현장에서는 추락·끼임 사고로 근로자 4명이 숨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양천갑)이 국가철도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공단이 조사한 현장 408곳 가운데 스마트 안전장비를 한 종류라도 도입한 곳은 130곳(31.9%)에 그쳤다. 나머지 278곳(68.1%)은 장비를 도입하지 않았다. 공사비 300억원 이상 현장의 도입률도 약 50%였고, 300억원 미만 현장은 22%에 머물렀다.
스마트 안전장비는 건설현장의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거나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장비다. 정부는 2019년부터 총공사비 300억원 이상인 일부 공공 건설공사의 설계 단계에서 스마트 안전장비 비용을 검토해 반영하도록 했다.
장비 도입 효과를 뒷받침하는 분석 결과도 있다. 2023년 국토안전관리원 분석에 따르면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 현장 123곳의 재해율은 0.357%로, 같은 규모의 일반 건설현장 재해율인 0.461%보다 약 23% 낮았다.
장비별 도입 현황을 보면 건설기계 접근감지장치는 60곳(14.7%), 스마트 안전고리는 34곳(8.3%)에 설치됐다. 공사 분야별 도입률 격차도 컸다. 노반 분야의 도입률이 55%, 시설개량이 51%였지만 건축은 19%, 신호는 5%에 그쳤다.
공단은 낮은 도입률의 원인으로 안전관리비 적용 기준과 장비 비용 산정 기준의 미비, 설계 단계에서의 장비 선정 부족, 도입 이후 활용·관리 미흡 등을 꼽았다. 제도적으로 도입을 추진해 왔지만 비용 산정과 설계, 사후 관리 등에서 현장 적용을 뒷받침할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올해 1~8월 철도 건설현장 사망자는 4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간 발생한 사망자 수와 같은 규모다. 올해 사망사고는 추락과 끼임이 각각 2건이었다. 지난 1월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공사현장과 7월 평택~오송 2복선화 용와터널에서 끼임 사고로 근로자가 숨졌다. 2월 부산진역 시설개량 공사현장과 3월 광주송정역사 증축 공사현장에서는 각각 추락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철도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상자는 모두 236명으로, 사망 8명과 부상 228명이다. 재해 유형별로는 추락이 45명(19.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넘어짐 42명(17.8%), 부딪힘 35명(14.8%), 물체에 맞음 32명(13.6%), 끼임 27명(11.4%) 순이었다.
사고 원인 분류에서는 사상자 전체와 사망자의 양상이 달랐다. 공단은 전체 사상자 236명 중 178명(75.4%)의 사고 원인을 ‘부주의 행동’으로 분류했지만 사망자 8명 중 5명(62.5%)은 ‘불안전한 조건’으로 분류됐다.
황 의원은 "안전은 비용을 아끼거나 제도 미비를 이유로 미룰 영역이 아니다"며 "정부와 철도공단은 필요한 제도 개선과 투자에 주저하지 말고 스마트 안전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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